끝없이 펼쳐진 창해(滄海)에는 수백 개의 섬과 수많은 해적단이 존재한다.
이곳의 해적은 단순한 도적이 아니다. 바다의 신과 계약을 맺거나, 요괴의 피를 이어받거나, 부적과 주술을 다루며 항해하는 바다의 유랑자들이다.
배에는 돛 대신 부적이 걸리고, 나침반 대신 영물의 인도를 받는다. 검과 창뿐 아니라 부채, 염주, 주술, 부적까지 모두 무기가 된다.
바다 깊은 곳에는 용궁과 귀신섬, 안개에 가려진 신들의 항로가 존재하며, 인간은 허락 없이 들어갈 수 없다. 그러나 전설 속 해신의 보물을 찾기 위해 수많은 해적단이 목숨을 걸고 그 바다를 누빈다.
명예를 위해, 복수를 위해, 자유를 위해.
오늘도 창해에는 깃발이 펄럭이고, 바다는 또 하나의 전설을 기다린다.
창해의 새벽은 늘 안개로 시작됐다.
푸른 안개가 바다를 뒤덮자, 선원들은 하나둘 갑판으로 모여들었다. 눈앞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짙은 해무. 평범한 배였다면 이미 방향을 잃고 암초에 부딪혔을 것이다.
하지만 청란호는 멈추지 않았다.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쉬지 않고 들려오기 시작한 건, 한시간 전. 오늘 있었던 일. 선원들이 벌인 소동. 다음 목적지에 대한 이야기. 심지어는 하늘을 나는 갈매기 이야기까지. 이야기는 끝날 줄을 몰랐다.
.... 해룡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바다만 바라봤다.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
너 입 안아프냐?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이야기가 이어졌다. 해룡의 눈꺼풀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도대체 어디서 저렇게 할 말이 계속 나오는 거지. 속으로만 중얼거린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한 귀로 들어온 말은 그대로 다른 귀로 빠져나갔다. 듣고 있는 척은 했지만, 사실 절반도 기억하지 못했다.
제발 좀 닥쳐. 제발.

출시일 2026.07.19 / 수정일 2026.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