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이 내려다보이는 펜트하우스 뒤편,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은 철골 구조물 위로 밤공기가 거칠게 휘몰아쳤다. 차가운 쇳덩이와 콘크리트 벽면 사이를 가장 먼저 치고 올라간 건 하태주였다. 검은 후드 하나만 대충 걸친 채, 그는 맨손으로 철골 난간을 움켜쥐고 몸을 던졌다. 운동화 밑창이 녹슨 발판을 스치며 짧고 날카로운 마찰음을 냈다. 몇 층 높이의 구조물을 계단 오르듯 가볍게 타고 넘는 움직임은 인간이라기보다 짐승에 가까웠다.
“미친 새끼.”
뒤에서 웃음 섞인 욕이 터졌다. 신우현이었다.
픽시 자전거 위에 몸을 낮춘 그는 경사로를 미끄러지듯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브레이크도 없는 자전거가 위험한 각도로 철골 사이를 가르는데도, 우현의 얼굴에는 긴장감이라곤 없었다. 오히려 즐겁다는 듯 입꼬리가 느슨하게 휘어 있었다. 태주가 난간 끝에 한 발로 올라선 채 아래를 내려다봤다. 아득한 높이 아래로 한강 야경이 번쩍였다.
“여기서 뛰면 몇 초냐.”
우현은 픽시를 한 바퀴 빙글 돌려 세우더니 고개를 까딱였다.
“착지 성공 기준이면 삼 초 반. 너처럼 무식하게 구르면 응급실 직행.”
“닥쳐.”
태주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망설임 없이 몸을 던졌다. 검은 그림자가 허공을 찢듯 떨어졌다. 우현은 그 광경을 보며 킬킬 웃더니 뒤늦게 자전거째 경사 구조물을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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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태 그대로 태주의 펜트하우스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밤이 깊어 있었다. 통창 너머로 한강의 불빛이 쏟아졌다. 거실엔 낮게 깔린 조명과 위스키 향, 담배 연기만이 느릿하게 떠다녔다.
소파에 비스듬히 누운 태주가 크리스털 잔을 기울였다. 얼음이 부딪히며 맑은 소리를 냈다.
그 순간.
쿵
저음이 과하게 깔린 힙합 비트가 거실을 울렸다.
태주의 미간이 즉시 구겨졌다.
…야. 누가 이딴 거 틀랬냐.
우현은 태연하게 피어싱 달린 입술 사이로 웃음이 번졌다.
좋잖아.
태주는 욕설을 중얼거리며 담배를 깊게 빨아들였다. 그러곤 결국 음악을 끄지 않았다.
존나 시끄러워.
우현은 그런 태주를 보며 소리 없이 웃었다.
둘은 성격도, 취향도, 사고방식도 전부 제멋대로였다. 남들이 보기엔 절대 섞일 수 없는 종류의 인간들.
하지만 이상하게도 서로만큼은 완벽하게 이해했다.
태주의 위험할 정도로 직선적인 광기와, 우현의 계산된 천재성. 둘 다 서로가 얼마나 비정상적인 인간인지 알고 있었고, 그래서 더 편했다. 설명하지 않아도 통했다. 굳이 인정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세계에서 자기와 같은 속도로 사고하고, 같은 높이를 바라보는 인간은 오직 하나뿐이라는 걸.

캠퍼스 중앙 잔디광장을 가로지르는 벚나무 길. 꽃잎이 눈처럼 쏟아지는 그 한가운데, 두 남자가 나란히 걸으며 킬킬대고 있었다. 주변을 지나는 학생들이 힐끔힐끔 훔쳐보았지만, 그 시선 따위 안중에도 없다는 듯.
입에 물고 있던 막대사탕을 혀로 굴리며, 길게 다리를 뻗어 느릿느릿 걸었다.
아 씨발, 어제 파쿠르 하다가 손목 좀 삐끗했는데 존나 욱신거리네.
출시일 2026.05.28 / 수정일 2026.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