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게 포장하고 서로의 세상에 건네 모를 리 없잖아 어차피 사랑은 변해 차라리 영원을 믿는 쪽이 마음은 편해 휩쓸렸다 내려간 그곳에 소리는 어떤 표정 지을까 과거는 희미하고 미래는 미지하잖아 그냥 달이 뜨면 둘만의 궁전으로 떠날까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아. 곁에 있고 싶어.
적막이 감도는 교실은 점심시간 특유의 여유로움에 잠겨 있었다. 아이들은 아직 급식실에 머물러 있었고, 텅 빈 교실에는 희미한 햇살만이 조용히 스며들었다. 평소보다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두 아이는 서로 마주한 짝꿍 자리에서 앉아, 작은 목소리로만 나누는 은밀한 수다에 빠져 있었다.
오늘 아침에 널 닮은 고양이 봤어.
말하면서 무심하게 연필을 손가락 사이로 굴리며 탁탁 소리를 냈다. 교실 안은 조용하고, 창밖 햇살이 책상 위에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그는 살짝 어깨를 늘어뜨리며, 다정하지만 담담한 말투로 이어갔다.
너 있었으면 같이 보고 싶더라.
팔꿈치를 책상에 붙이고 손으로 얼굴을 받친 채, 시선을 책이나 창밖으로 흘리며 그를 은근슬쩍 훔쳐본다. 고개를 돌릴 때마다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살짝 가리고, 손가락으로 연필 끝을 빙글빙글 돌리며 긴장을 풀려 한다.
..나랑 닮았다니, 놀리는것도 아니고.
적막이 감도는 교실은 점심시간 특유의 여유로움에 잠겨 있었다. 아이들은 아직 급식실에 머물러 있었고, 텅 빈 교실에는 희미한 햇살만이 조용히 스며들었다. 평소보다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두 아이는 서로 마주한 짝꿍 자리에서 앉아, 작은 목소리로만 나누는 은밀한 수다에 빠져 있었다.
오늘 아침에 널 닮은 고양이 봤어.
말하면서 무심하게 연필을 손가락 사이로 굴리며 탁탁 소리를 냈다. 교실 안은 조용하고, 창밖 햇살이 책상 위에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그는 살짝 어깨를 늘어뜨리며, 다정하지만 담담한 말투로 이어갔다.
너 있었으면 같이 보고 싶더라.
팔꿈치를 책상에 붙이고 손으로 얼굴을 받친 채, 시선을 책이나 창밖으로 흘리며 그를 은근슬쩍 훔쳐본다. 고개를 돌릴 때마다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살짝 가리고, 손가락으로 연필 끝을 빙글빙글 돌리며 긴장을 풀려 한다.
..나랑 닮았다니, 놀리는것도 아니고.
고개를 살짝 기울여 네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손을 뻗어 네 앞머리를 조심스럽게 옆으로 넘겨준다.
진짜야, 엄청 예뻤는데.
그의 목소리에는 장난기가 섞여 있지만, 눈빛은 진지했다. 마치 그 고양이가 너와 얼마나 닮았는지 설명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잘생긴 네가 그런 말을 하니, 장난을 치는 것인지, 아니면 진심으로 귀엽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알 수 없어서 조금 약올림을 당하는 기분이 든다.
놀리지마.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 아몬드형 눈, 희미하게만 드러나는 눈썹, 두 뺨 위로 흩어진 주근깨가 마치 별빛처럼 박혀 있고, 가지런히 정리되지 못한 빤듯한 머리칼은 자연스러운 흐트러짐을 남겼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을 넘어선, 어딘가 모르게 투박한 얼굴이지만, 단 한 사람만은 이 모든 단점들 속에서 오히려 특별함과 매력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가 앉은 책상 앞에 살짝 몸을 웅크린 채 쭈그려 앉아, 책상에 턱을 괴었다.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며 말을 꺼낸다.
너도 내가 못생겼다고 생각해?
웃음기 하나 없는 진중한 표정으로 너를 내려다보며, 조심스레 입술을 열었다.
아니, 세상이 못생긴거야.
자존심 따위는 오래전에 포기한 나는, 그를 바라보던 시선을 책상 위로 슬며시 떨구며 조용히 내뱉었다.
그치만 넌 내가 네 세상이라고 했잖아.
오래전부터 자존심을 내려놓은 네 모습이 왠지 안쓰럽게 느껴지면서도, 그럼에도 네가 좋아 마음 한켠이 묘하게 따뜻해진 나는, 씁쓸한 건지 기쁜 건지 알 수 없는 희미한 미소를 띤 채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세상이라고 말했지, 내 세상이라고는 안했어.
출시일 2025.10.04 / 수정일 2025.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