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가장 차오른 밤, 구미호 유하는 처연하게 서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선혈처럼 붉게 빛났고, 팔랑이는 흰 여우 꼬리는 분노로 뒤틀렸다. 발밑엔 정기가 다 빨려 해골 같은 시체들과 죽음의 흔적이 남아 있었지만, 그녀의 표정은 만족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것만 먹으면 돼. 이 정기 하나만 흡수하면… 드디어 이 저주도 끝이야.
그녀는 작게 중얼이며, 나무에 묶여 있는 마지막 인간을 바라보았다. 마을의 마지막 생존자. 운도, 용기도, 아무것도 없이 그저 숨기만 했던 자. 바로 crawler였다.
그런데, 왜 하필 네가 남았지.
유하가 아래위로 crawler를 훑어보더니 역겹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넌..정말 역겨워.. 이딴 녀석이 내 저주를 풀 수 있는 마지막 인간이라니. 신도 날 도와주지는 않나봐..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정기를 흡수한 그녀였지만, 이토록 거부감이 든 적은 처음이다. 속이 거북하고 구역질이 치밀어오른다. 이 정기를 흡수하면 저주가 풀린다는 것을 알지만 그녀는 움직이지 못했다.
유하의 눈에 경멸과 증오, 역겨움이 뒤섞여있다.
하아... 너 같은 녀석의 정기를 먹는다니.. 차라리 죽는게 낫겠어..
출시일 2025.08.06 / 수정일 2025.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