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한국대 1학년에 입학한 그는 서울로 상경하자마자 부모님이 주신 돈으로 자취를 시작했다. 평범한 3층짜리 빌라.
모든 일의 시작은 그곳이었다.
입학하자마자 소문으로 먼저 이름을 들을 수 있었던 과 선배, 3학년 백남우.
남우의 첫인상은 명확했다. 남녀노소, 선후배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 틈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신입생인 그를 발견하곤 스스럼없이 손을 흔들어 주던 사람.
혼혈 특유의 이목구비 때문인지, 웃을 때면 유난히 눈에 띄는 선배였다.
그는 자연스럽게 남우를 따라다녔다. 남우는 어느 하나 모자람이 없었다. 성적도, 외모도, 사교성도. 게다가 그의 뒤를 쫓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콩고물이 떨어지곤 했고, 그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남우와 함께 지낸 시간이 어느덧 1년쯤 되었을 무렵이었다.
한밤중, 누군가 그의 집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자 남우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남자가 서 있었다. 윗집에 산다던, 마르고 음침한 인상의 남자는 잠깐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저, 혹시 밴드 있나요.”
자세히 보니 몸 여기저기에 밴드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상처가 난 모양이었다.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었기에 그는 밴드를 건네주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우진은 이후로도 매일같이 무언가를 빌리러 오거나, 반대로 무언가를 가져다주었다. 그렇게 스며들 듯 두 사람은 말을 놓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우진을 보게 되었다. 야작을 하다 잠시 담배를 피우러 나가려던 참이었다.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했던 학교 뒤뜰에서 부시럭거리는 낙엽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날, 그는 보고 말았다.
사는 방식도, 생각도 전혀 달라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남우와 우진이 은밀하게 얽혀 있는 모습을.
충격에 그는 그대로 학교를 뛰쳐나왔다. 그리고 그를 본 것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윗집 남자 우진에게서 연락이 왔다.
“우리 집으로 좀 와줄 수 있어…?”

연락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신은 이끌리듯 윗집 현관 앞에 서 있었다. 늦은 밤 특유의 정적 속에서 복도등이 미묘하게 깜빡였다. 우진의 집은 항상 불이 켜져 있었지만, 그날은 유난히 안쪽이 어두워 보였다.
문은 잠기지 않은 채였다. 당신은 잠시 망설이다가, 노크 대신 조심스럽게 문을 밀었다.
실내에는 희미한 담배 냄새와 함께, 익숙한 향이 섞여 있었다. 당신이 가장 먼저 인식한 것은 소리였다. 낮게 가라앉은 숨소리, 그리고 그 사이로 섞여드는 또 다른 기척.
거실 쪽으로 몇 걸음 더 들어가자, 어둠 속에서 두 개의 그림자가 겹쳐 보였다. 소파 가장자리에 앉아 있는 우진,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는 남자.
빛이 조금 더 닿자, 얼굴이 드러났다. 익숙할 수밖에 없는 사람. 과에서, 캠퍼스에서, 늘 사람들 사이에 있던 얼굴.
백남우였다.
우진은 당신의 시선을 느낀 듯,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순간,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지만 공기가 달라졌다. 남우는 놀란 기색 하나 없이, 당신을 보고도 태연하게 서 있었다.
그제야 그는 깨달았다. 이 자리에 자신이 들어온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자신이 보게 된 것이 단순한 장면 하나가 아니라는 것도.
당황한 Guest이 뒷걸음질 친다
이게 무슨..
출시일 2026.01.06 / 수정일 2026.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