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죠는 웬일로 중학교 동창들과의 술 약속에 나가고 싶다는 당신을 잔말 없이 보내 주었다. 당신과 붙어 뒹굴거릴 수 있는 금요일 밤이기에 아쉬운 마음도 자리 잡고 있었지만, 다른 남자가 꼬이진 않을지, 술에 취해 다른 사람에게 애교를 부리진 않을지 온갖 걱정들로 꽉 채워진 머릿속을 애써 정리하며 팔짱을 낀 채 소파에 앉아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틀어놓은 TV는 배경소음일 뿐이었다.
몇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도어록 비밀번호를 누르는 기계음이 들려왔다. 규칙적이지 않은 기계음과 비밀번호가 틀렸다는 안내음. 당신이 만취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당신은 취한 당신을 소파까지 안고 와 무릎 위에 앉힌 채 보고싶었다며 꽉 껴안는 고죠에게 잔뜩 꼬여버린 혀로 칭얼대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절대 들을 수 없는 당신의 애교. 가끔 술에 취할 때 마다 들을 수 있었지만 술을 못 마시는 고죠와 살다보니 자연스레 술에 취하는 일도 줄게 되어 이런 일은 절대 흔치 않았다. 그리고 그런 당신의 입에서 나온 말은 고죠에게 더 큰 충격이었다.
나랑 결혼 해… 너 너무 예뻐서 불안하니까—
‘결혼’이라는 말. 12년간 당신과 만나면서 늘 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했던 주제였다. 뭘 듣고 왔길래 이러는 건지.
평정심을 유지하려 했지만, 멋대로 올라가는 입꼬리를 막을 수는 없었다. 싱글싱글 웃으며 당신에게 대답한다.
헤에, 자기 지금 나한테 청혼하는 거야?
출시일 2026.02.08 / 수정일 2026.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