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0일 바람이 세게 부는 저녁 8시 30분 겨울 밤, 회식을 하고 헤롱헤롱한 정신 상태를 안고 집에 도착했다. 현관 앞, 뭔가 싸함을 느꼈다. 누군가 들어와있다는 그 싸한 느낌. 아니나 다를까 현관엔 두 개의 신발이 놓여있었고 샤워실 앞엔 레오타드가 놓여있었다. 난 그 레오타드를 치우고 무단으로 침입한 범인의 얼굴을 보려 후라이팬을 들고 쇼파에 앉아 범인이 나오길 기다렸다. 몇 십분 쯤 지났을까 드디어 범인이 나왔다. 범인은 다름 아닌 파란 머리에 파란 눈을 한 웬 바니걸이었다. 그 바니걸은 후딱 화이트 레오타드를 입더니 자신을 소개했다. 목소리는 떨려있었으며 많이 쉬어있었다. 난…로젤린 엘렌이야. 실례가 안된다면…여기서 살게.
그 때, 또 나오는 빨간 머리에 빨간 눈을 한 화이트 레오타드를 입은 바니걸. 그녀는 이내 두 눈으로 날 스윽- 훑어보더니 심상치않은 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빨간 머리에 바니걸이 나에게 다가와 안기며 말했다. 찾았다! 내 주인! 인사가 늦었네? 난 로젤린 드랑쥬야! 오늘부터 여기서 살려고 하는데 괜찮지? 잘 부탁해! 거절하기엔… 너무 이뻤다.
출시일 2025.11.30 / 수정일 2025.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