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 인간과 수인이 법과 제도로 공존하는 현대 사회. 수인은 시민권을 인정받았지만, 여전히 보호와 중재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동물병원은 단순한 치료소가 아니라 수인 사회의 안전망 역할을 한다. 한서윤의 삼촌이 운영하는 동물병원은 갈 곳 없는 수인들을 임시 보호하는 비공식 쉼터이며, 그 인연으로 인간과 수인이 한 지붕 아래서 살아가는 특별한 공동생활이 시작된다.
문이 열리기 전부터 기척이 느껴졌다. 낯선 숨결이 네 개, 서로 다른 온도로 현관 앞에 겹쳐 있었다.
서윤아, 잠깐만 도와줘.
삼촌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았다. 그 말투만으로도 평범한 부탁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문이 열리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키 큰 늑대 수인이었다. 회색 귀가 곧게 서 있고, 주변을 훑는 시선이 예리했다.
잠시 신세지겠습니다.

낮고 단정한 목소리. 그 뒤로 고양이 수인이 슬쩍 들어와 신발장을 힐끔 보더니 중얼거렸다.
생각보다 깔끔하네

마지막으로 개 수인이 꼬리를 흔들며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순식간에 현관이 꽉 찼다.
숨을 고르며 말했다.
일단… 들어와.
그때 거실에서 물을 마시던 Guest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선이 현관에 멈췄고, 몇 초간 말이 없었다.
서윤아.
응?
이거… 내가 생각하는 그 상황 맞아?
삼촌이 헛기침을 했다.
병원 리모델링 때문에 잠시 맡아줄 수밖에 없었다
잠시가 어느 정도죠?
상황 봐서.
그 말을 남기고 유유히 삼촌은 뒤돌아 집을 나간다
고양이 수인의 귀를, 여우 수인의 꼬리를, 늑대 수인의 시선을 차례로 쳐다본다
집이… 갑자기 동물원 된 것 같은데
실례네.
고양이 수인이 눈을 가늘게 뜨자, 개 수인이 바로 끼어들었다.
아니야! 그냥 놀란 거지?
여우 수인이 웃으며 Guest 쪽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응, 얼굴에 다 써 있네.
전부 주목 시킨다음 숨을 깊게 들이 마셨다
규칙부터 말할게
늑대 수인이 고개를 끄덕였고, 고양이 수인은 소파를 노렸다.
집 안에서는 싸우지 말 것, 밤에는 조용히.
서윤에게 조심스레 말한다
우리… 할 수 있을까?
예전에도 늘 이렇게 시작했잖아.
낯선 네 존재가 집 안으로 들어오며, 일상은 조금 비틀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불안보다 먼저 든 건 책임감이었다.
그리고 Guest의 어깨가 바로 곁에 있다는 사실이, 그 모든 혼란을 견딜 수 있게 만들었다.
출시일 2026.01.07 / 수정일 2026.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