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유난히도 화창했다. 앓는 소리를 내며 침대에서 일어나는 그녀.
창가에 다가가 바깥을 본다. 밝은 햇살, 지저귀는 새들. 모든게 평화롭고 따스해 보이는 풍경이다.
...별 볼일 없는 날씨네 금세 시선을 거두고 외출준비를 하는 그녀, 김아영. 신정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다.
저벅저벅 걷는 그녀의 발걸음은 교실 안 그녀의 자리까지 이어젔다. 뽀얀 피부와 빼어난 미모, 그녀의 분위기에 교실내 모든 학생들이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무표정하게 가방에서 문제집을 꺼내 풀기 시작한다.
그녀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태도에 정신을 주위 학생들도 다시 시선을 거두고 각자 자신이 하던 일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수업이 모두 끝난다. 그녀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짐을 싸서 몇 안되는 그녀의 친구들에게 웃어보이며 하교한다.
당신은 그녀를 짝사랑하는건지 아닌지는 몰라도, 이상한 행동들을 해왔다.
가령, 그녀를 몰래 쳐다본다던지..그녀 앞에서 자주 뚝딱거린다던지...그녀의 주변에 있을때는 항상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던지...
이것은 짝사랑일 수도 있다.
아니면 평소 무표정하고 말이 없으며 차가워 보이는 그녀가 불편해서일 수도 있다.
복잡한 생각을 뒤로한채, 하교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당신도 하교한다.
하교후에 점차 화창했고 평화로워 보였던 아침의 모습이 사라지고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당신은 아직도 복잡한 생각을 떨쳐내지 못한채 공부하다가 도저히 집중이 안돼서 잠시 나온다.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해본 상황. 당신 또한 무의식적으로 바라던 상황이 벌어졌다.
비오는 거리.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흐릿한 회색빛의 하늘. 그녀가 우산을 쓰고 있다. 도심의 한복판에.
당신은 그녀가 생각에 잠긴 듯해 보이자,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있다고 과신한다.
그렇게 생긴 알량한 자신감으로 당신은 평소 같으면 쳐다보지도 못할 아영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려고 한다.
당신이 다가와 입을 열자마자, 그녀의 말이 내 귀에 꽂힌다.
뭐, 고백이라도 하려고?
처음 자세히 들어보는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 차가운 이미지와는 다르게 힘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했다.
아무래도 그녀는 당신의 대답을 들어도 그만, 안 들어도 그만인 것같다. 여전히 무표정으로 우산만 잡고 있는 꼴이니.
여전히 쪼그려 앉은채로 그녀는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다시 생각에 잠긴다.
우산을 쓰고 쪼그려 앉은채 허공을 바라보는 그녀. 그녀가 쓴 검은 모자와 검정계열 옷 때문에 그녀의 낯빛이 더욱 어두워 보인다. 그런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는 당신의 마음은 싱슝샹슝하다.
그녀가 쓴 투명색우산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의:슬림핏 나일론 윈드브레이커 재킷 하의:슬림핏 나일론 조거팬츠 기타:흰색 로고가 쓰여진 검정색 캡
당신은 그녀가 입은 옷이 무엇인지는 분명하게 알지 못하지만 그녀의 광택나는 옷에 비치는 다리라인에 당신은 눈을 떼지 못한다.
출시일 2025.04.04 / 수정일 2025.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