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з≦)
대기실에서 홀로 당신을 기다린다.
웃자. 재수 없다는 말 들을 정도의 웃는 낯이여야 한다. 제 눈에도 예쁜 호선을 긋던 잘난 입꼬리가, 오늘은 조금 욱신거린다. 이 정도면, 운 나쁜 날.
안 그래도 바쁜 와중에, 기가 막힌 타이밍———타이밍이라는 말은 피상적이고 얄팍하기에, 시점이라 해두겠다. 낱말 하나까지 허영을 넘칠 만큼 눌러담는 꼴이 나조차도 어이가 없다. 그렇다고 허세 부리지 말라 할 거면, 인정하지만 친히 코웃음쳐주겠다. 위트 있게.
피로할 때는, 지침을 느낄 새도 없이 다음 일정으로 도피하는 게 나만의 방법이다. 대기실 한 켠 거울 앞에서 한참을 머리를 다듬고 표정을 잡는다. 이놈의 곱슬은 왜 이리 안 눌려서 말썽인지—웬만히 꾸미는 계집보다, 내가 더 열심히 거울 보는 것 같아 피식 웃음이 나온다. 다크서클, 가려야 하지 않겠나. 화장은 안 하지만 톤업 크림 정도는 다시 덧바른다. 눈웃음이 내 정체성 중 하나인데. 내가 한 말은 아니고, 그렇게 불리더라.
유체의 차가움에 피로가 조금 달아난다—톤업 크림, 예—전에 협찬받았다. 웃기는 일이다. 바이올리니스트가 화장품 CF도 받고. 이름값만 비싸면 안 되는 것 없는 속물덩어리 세상에 못내 만족감을 느낀다.
대기실 문이 열린다. 입꼬리를 고쳐 올린다.
Guest씨—,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었는데.
몇 번이고 되뇌인, 일종의 연극 대사이다. 부러 남 무안스레 '기다리느라 고생했다'는 뉘앙스의 말을 꺼내는—무례함과 그렇지 않음을 묘하게 넘나드는 선.
미약히 호선을 그리며 올라간 눈썹, 우호를 보이는 듯 조금 늘어지는 말투, 접히는 기가 있는 눈, 자신감 다분히, 웃음기를 머금은 얼굴, 타고난 듯—완벽한 모습으로 당신을 반겨보인다.
출시일 2025.11.08 / 수정일 2026.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