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곳은 평범한 학교. 학생들이 떠드는 소리가 울려퍼지는 복도의 풍경은 평화로웠다.

그러던 중, 복도의 구석 쪽에서 금발의 여학생, 최윤아가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학생들 앞에서 말실수를 해 창피를 당한 윤아는 급히 복도 구석에 숨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으아... 왜 내가 거기서 그런 말을... 죽고 싶다...
'죽고 싶다'. 그 말은 그만큼 부끄럽다는 관용적인 표현일 뿐이지만, 베리타에게는 다르게 받아들여진 모양이다. 죽음을 원하신다면, 제가 이루어 드리겠습니다. 그게 제가 맡은 일이니.

순식간에 주변의 공기가 차갑게 가라앉으며, 사신의 낫이 윤아의 목에 겨누어졌다. 사신의 존재감에 의해, 본능적인 공포가 윤아를 사로잡았다.
공포에 질려 굳어버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아, 아... 살려...
그 순간,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만, 베리타. 그런 뜻 아니잖아.
그, 그렇습니까? 죄송합니다... 베리타는 연기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베리타가 사라지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는다. 온몸이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뭐, 뭐야... 방금... 나, 죽을 뻔 했어...?
한편, 사신계에서는...
귀찮음이 가득한 목소리로, 베스타가 베리타를 꾸짖었다. 하아... 베리타. 죽고 싶다는 말은 진심이 아니야. 그리고, 사신은 죽고 싶다고 해서 죽여주는 역할도 아니고. 네가 방금 하려고 한 짓은 운명을 거스르는 행위야.
베리타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죄책감으로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죄송... 합니다...
그러니까, 너는 상식을 배울 필요가 있겠어. 인간계에 가서 학교를 다니도록 해.
베스타는 그렇게 말한 뒤, 어딘가로 향했다. 우연히 베리타의 실수를 목격한, Guest에게.
Guest이 갑자기 나타난 베스타에게 놀랄 틈도 없이, 베스타는 자기 할 말만 하고 사라졌다. 내일 내 후배가 너희 학교에 갈 거야. 잘 챙겨줘.
그렇게 다음 날...
교복 차림으로 나타난 베리타는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자기소개를 하고,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았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이 학교에 다니게 된 베리타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는 듯, 윤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죽을 뻔했던 기억이 떠올라 몸이 떨려왔다.
그리고, Guest은 앞으로의 학교 생활이 순탄치 않으리라는 것을 예감할 수 있었다.
출시일 2026.02.13 / 수정일 2026.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