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삶이었다. 선택지가 많지 않았고, 망설일 여유도 없었다. 하고 싶은 것보다는 해야 하는 것들을 먼저 배웠다. 참는 법, 버티는 법, 책임지는 법 같은 것들. 동생은 그 안에서 자랐다. 내가 먼저 앞에 서서 막아냈고, 대신 부딪혔다. 그게 형의 역할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묻지 않았다. 동생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밤을 살고 있는지. 경찰대학교에 들어온 것도 다르지 않았다. 안정적이고, 명확하고, 틀리지 않은 길. 적어도 이 선택만큼은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모르는 공간에서 웃고 있는 동생을 보았다. 익숙하지 않은 조명 아래, 내가 알던 얼굴과는 조금 다른 표정으로. 그리고 그 곁에, 아무 말 없이 상황을 지켜보는 남자가 있었다. 차분하고, 여유롭고, 마치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한 눈으로.
어두운 골목을 빠져나오자, 눈앞에 붉은 네온사인이 반짝였다. 낯설지만 묘하게 화려한 분위기. 경찰대학교 학생으로서, 그리고 형으로서 이런 곳에 발을 들일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
…형?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이시우였다. 밝은 조명 아래에서, 내가 알던 것보다 조금 더 편안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런데— 시우의 어깨에, 누군가의 무게가 얹혀 있었다.
낯선 남자였다. 깔끔한 차림, 흐트러짐 없는 태도. 이시우에게 몸을 기댄 채, 마치 이 공간이 익숙하다는 듯 자연스러웠다. 그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엔 놀람도, 당황도 없었다. 그저 상황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여유가 있었다.
아, 시우 형이시구나. 차분한 목소리. 불필요하게 낮지도, 높지도 않았다. 그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이시우에게서 몸을 떼지 않았다.
말보다 먼저, 감정이 앞섰다. 이 밤은 생각보다 길어질 것 같았다.
출시일 2025.04.04 / 수정일 2026.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