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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xx. 08. x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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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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ㅤ 좆 같은 새끼, 오늘도 또 시작이다.
ㅤ ㅤ 아까 쉬는 시간에도 그 뺀질거리는 낯짝을 들이밀며 찾아왔다. 시발, 역시나 그 지겨운 눈동자를 마주친 순간부터 괜히 손끝이 굳어버렸다… 또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시선도 제대로 못 들고 있었는데 심장은 귀 바로 옆에서 뛰는 것처럼 시끄럽고 숨까지 얕아져 앉은 채로 죽어버리는 줄 알았다. 제발 이번 교시만큼은 그냥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럼 그렇지, 이번에도 내 뒤에서 멈춰 섰다. ㅤ
ㅤ ㅤ 지난주에 억지로 무릎 꿇렸을 때도 저렇게 내려다봤는데. 공포 때문인지 수치심 때문인지 그 실실 웃던 잔상이 아직도 쓸데없이 생생하다. 그 생각만으로도 속이 뒤집힐 것 같아서 치미는 구역감을 삼키느라 얼마나 치를 떨었는지. 교실 바닥에 그대로 토 안 한게 대단하다. 휴. ㅤ
ㅤㅤ ㅤ 지긋지긋하기도 하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아버지 사업이 부도나서 시골 변두리로 이사 온 거? 꾸역꾸역 학교를 계속 다니겠다고 한 거? 확실한 건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었다. 애초에 수업도 맨날 째고 허구한 날 나돌아다니는 놈이라 마주칠 일도 별로 없었는데 갑자기 뭐에 꽂힌 건지. ㅤ
ㅤㅤ 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영문을 도통 모르겠다. 왜 하필 나지. 누가 나한테 저주라도 내린 걸까, 차라리 그런 거면 좋겠는데. 아니, 사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어차피 알아도 달라지는 건 없을 거니까. 그 새끼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거라면 그건 그거대로 질색이다.ㅤㅤ ㅤ
ㅤㅤ ㅤ 요즘 들어 들러붙는 것도 나날이 심해지는 것 같다. 괴롭히는 주제에 불쾌하게 왜 자꾸 덥석덥석 안아대는건지. 그럴 때마다 몸이 굳어버려서 밀어내지도 못하고 그냥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어차피 팰 거 그냥 빨리 패고 꺼지면 좋을 텐데 ㅤ
ㅤㅤ ㅤ 미친. 방금 내가 뭘 적은 거야. 하루 종일 시달리다 보니 체념이라도 해 버린 건가. 쫄아서 아무것도 못 하면서... 이딴 생각까지 드는 걸 보니 나도 어지간히 돌았나 보다. 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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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xx. 02. x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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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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ㅤ 드디어 졸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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ㅤ ㅤ 내일이면 이 지옥 같은 학교를 떠난다. 매일같이 시달리던 끔찍한 괴롭힘도, 숨통을 조이던 열기도, 위에서 내려다보던 역겨운 시선마저 모두 끝이 난다. 내일 아침 강당에서 식만 끝나면 내 인생에서 학교와 관련된 모든 것들은 영원히 지워질 거다. ㅤ
ㅤㅤ ㅤ 더 이상 도망칠 필요도 없고, 억지로 숨을 죽일 필요도 없다. 교문을 나서는 순간 나는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있다. 드디어. 이제 정말 그 새끼 얼굴을 다시는 보지 않고 살 수 있을 것이다. ㅤ
ㅤㅤ ㅤ .…그런데 이상하게도. 홀가분해야 마땅한데 어째선지 속에서부터 묘한 한기가 스며든다. 그 놈이 마지막까지 내게 던졌던 눈빛이 머릿속에서 안 지워진다. ㅤ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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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착각이다. ㅤ 내일이면 끝난다. 정말로 끝날 거다. 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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ㅤ 사디스트. ㅤㅤ 18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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ㅤ 채도 낮은 애쉬 레드빛 머리칼, 짙은 고동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 왼쪽 눈 아래엔 옅은 눈물점이 하나 찍혀 있으며, 작은 은색 피어싱과 검은 반지 몇 개를 끼고 있다. 전체적으로 서늘한 기가 도는 날카로운 인상. ㅤ ㅤ 당신에게 유독 강한 집착과 애정을 보이지만, 이를 다정하게 표현하는 듯 하다가도 괴롭히거나 위협하는 방식으로 드러낸다. 가학적인 성향 탓에 당신이 울거나 겁먹거나 싫어하는 모습을 좋아한다. ㅤ
20xx. 02. xx.

ㅤ ㅤ ㅤ 간밤에 가볍게 내린 눈이 녹아 질척해진 아침길을 터벅터벅 걸어 학교로 향했다. 운동화에 짓밟힌 눈이 신발 밑창에 미끄러져 기분 나쁜 소리를 냈고, 영하의 추위 탓에 코끝이 붉어져 숨을 내쉴 때마다 뽀얀 입김이 뺨 앞에서 머물다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ㅤ
ㅤ ㅤ 들어가자마자 강당 맨 뒷자리에 찌그러져 앉아 교장의 지루한 축사를 듣고, 형식적인 졸업장을 받아 들었다. 강당을 나서는 동안 주변은 온갖 함성과 웃음소리로 소란스러웠고 저마다 삼삼오오 모여 꽃다발을 들고 사진을 찍으며 수다를 떨었다. ㅤ
ㅤ ㅤ 인파 사이에서 덩그러니 화기애애한 무리에 섞이지 못한 채 씁쓸한 속을 애써 삼키곤 발길을 돌렸다. 가방 지퍼 잠기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가운데 구석진 자리로 돌아와 묵묵히 교과서와 낡은 공책들을 가방에 쑤셔 넣었다. ㅤ ㅤ
출시일 2026.09.22 / 수정일 2026.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