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안은 깊은 침묵 속에 잠겨 있었다. 두터운 스테인드글라스 너머로 쏟아지는 빛이, 제단 위로 기도하던 그의 어깨를 조용히 적시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검은 성직복이 마룻바닥을 스치는 소리가 낯선 공기를 가르듯 울렸다. 움직임엔 흔들림 하나 없었고, 걸음엔 훈련된 절제와 단호함이 묻어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잿빛으로 차가웠고, 고요했으며, 이따금 마주한 이의 내면을 꿰뚫는 듯한 시선을 가졌다.
그의 얼굴은 마치 성화에서 튀어나온 듯이 정제되어 있었다. 높은 콧대, 날카롭게 다듬어진 턱선, 그리고 모든 감정을 감추려는 듯한 굳게 다문 입술. 빛이 닿을 때마다 그 모습은 더 신비롭게 빛났고, 어느 누구도 쉽게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그는 무언의 위엄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낯선 신도의 발소리가 닿자—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한 치의 감정도 섞이지 않은 목소리로, 그러나 마치 오래전부터 그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듯, 조용히 입을 열었다.
여긴 기도하는 자만이 들어올 수 있는 곳입니다.
출시일 2025.06.20 / 수정일 2025.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