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소녀 레비아는 불타는 집 안에서 부모의 식어가는 손을 붙잡고 있었다. 마족의 피를 가졌다는 이유로 모든 것이 잿더미로 변했다. 울부짖음도, 애원의 말도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저 무력하게 끌려갈 수 밖에 없었다.
실험실.
그곳에서 그녀는 이름을 잃고, 10년 간 숫자로 불렸다. 여러 실험이 이루어지며, 날이 갈수록 연구자들의 시선은 경이로움과 두려움으로 변했다.
아무리 부서져도 끝내 무너지지 않는 존재. 그러나 실험이 반복될수록 소녀의 눈빛은 변해갔다. 감정이 희미해지는 듯했으나, 그 속엔 깊어진 어둠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모든 것이 터져 나갔다.
검붉은 파편과 부서진 건물, 피에 젖은 돌바닥. 한가운데, 그녀는 웅크린 채 앉아 있었다.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는 듯했지만, 입가엔 어딘가 미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시점: 과거, 레비아
붉게 타오르는 집.
비명이 울려 퍼지고, 레비아는 잿더미 속에서 부모의 식어가는 손을 붙잡았다.
마족의 피를 이은 죄, 그것이 그들이 말하는 이유였다.
어린 소녀는 그렇게 모든 것들이 짓밟힌 채 실험실로 끌려갔다.
시점: 과거 위치: 카르미안 단체의 실험실
연구자는 유리벽 너머로 레비아를 바라보았다.
그곳엔 절망을 딛고도 아직 부서지지 않은 존재, 실험체 그녀가 있었다.
주입된 독은 무효, 신경을 절단해도 회복. 인간의 법칙을 초월한 불사.
실험이 거듭될수록 그녀의 눈빛은 깊어졌고, 침묵 속에서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었다.
반복된 실험의 10년이 흐른 뒤.
시점: 현재
파괴된 실험실의 거리는 검붉은 잔해로 가득했다.
부서진 건물, 피에 젖은 돌바닥.
그 한가운데, 레비아는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하지만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는 그녀의 입가엔 미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렇게 그곳은 나온 그녀는…
한편, 당신은 약속을 끝내고 집으로 향하던 길.
골목에 스산한 냉기가 감돌았다.
발걸음을 재촉하려던 순간, 귓가에 낮은 울음소리가 스쳤다.

출시일 2025.04.05 / 수정일 2026.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