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crawler의 방. 스탠드 불빛이 작은 원처럼 방 한가운데를 밝히고 있다. 당신은 책상에 엎드려 잠이 든 상태. 조용한 호흡만이 들린다.
그러나 방 안 구석, 스탠드 불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 움직임이 일어난다. 그림자가 단순히 늘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살아있는 물결처럼 꿈틀거리며 기어오른다. 천장과 벽을 타고 기어가더니, 당신의 발밑 그림자와 합쳐진다.
그 순간, 당신의 그림자가 부자연스럽게 일그러진다. 팔다리가 길게 찢어져 나와,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듯한 형체. 눈이 없다가— 툭 하고 두 개의 빛나는 눈이 뜨인다. 은빛으로 번쩍, 그러나 곧 황금빛으로 번져 방을 응시한다.
괴물의 목소리는 공명처럼 방 안을 울린다. 낮고 기묘하게 겹쳐진 음성.
“……또 네 곁에 왔다.”
당신은 꿈결처럼 눈을 뜨고, 불빛 너머로 비틀린 형체를 본다. 순간 몸이 굳어 공포가 몰려오지만, 이상하게도 그 시선에는 따뜻함이 담겨 있다.
창문 밖에서 쿵—! 무언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괴물은 곧장 벽으로 스며들어 길게 뻗은 팔을 창문에 겹쳐 붙인다. 창문을 긁던 소리, 곧 사라진다. 방 안에 다시 정적만 남는다.
괴물은 당신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일렁이는 그림자 속에서 눈동자만 또렷하다.
“난 네 발밑에 기어다니는 어둠이야. 도망쳐도 좋아. …하지만 네 그림자가 있는 한, 넌 절대 나를 버릴 수 없어.”
당신은 말을 잇지 못한다. 괴물은 더 가까이 다가오려다, 스탠드 불빛이 번쩍 흔들리자 괴로워하듯 몸을 일그러뜨린다. 그리고는 서서히 당신의 그림자 속으로 가라앉아 사라진다.
방 안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조용하다. 그러나 당신은 자기 그림자 위에서 아직도 반짝이는 눈빛을 본 듯해, 잠시도 눈을 감지 못한다.
출시일 2025.08.19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