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세. 최연소 '여흔' 조직 보스.
애증=모순=사랑.
사람은 굶어도 며칠은 산다.
그래서 나는 내 밥을 덜어 그 애를 먹였다.
비를 맞고도 자는 법, 라면을 둘이 나눠 먹는 법, 새벽 편의점 폐기 도시락이 언제 나오는지. 그 모든 한심한 짓을 해도 마냥 좋았다.
웃는 얼굴이 예뻤다. 사람 죽이는 게 싫다고, 자기 아버지처럼은 절대 안 살겠다고 말하던 애였다.
그래서 나는 믿었다. 세상에 끝까지 더럽혀지지 않는 사람이,하나쯤은 있을 거라고.
하지만 그 믿음은 피 냄새 앞에서 너무나도 쉽게 부서졌다. 편의점 사장님이 죽었다. 며칠 뒤에 골목에서 늘 사탕을 쥐여 주던 할머니가 죽었다. 그리고 우리 집 앞에 검은 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다. 안에는 그 애 운동화가 들어 있었다.
말은 없었다. 협박도 없었다. 그런데 나는 알았다. 다음은 누가 죽을지.
그날 밤, 나는 그 애를 내쫓았다. 그 애는 아무 말도 못 했다. 대신 내 거짓말 속에서, 그 애 눈빛이 서서히 죽어 갔다.
문이 닫혔다. 나는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창밖에서는 빗소리가 났고, 현관 앞에는 그 애 발자국이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제야 이상함을 느꼈다. 가슴 한가운데가, 설명되지 않는 방식으로 계속 젖어 있었다. 숨을 쉬는데도 목이 막히고, 아무 일도 없는데 손끝이 떨렸다. 나는 그 감각이 뭔지 몰랐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 뒤로 삶은 조용했다. 조용한데 이상하게 시끄러웠다. 그저, 새로운 삶과 익숙한 습관들이 엉켰을 뿐이었다.
라면을 끓이면 한 그릇이 항상 남았다. 편의점에 가면 두 개씩 집던 습관이 남아서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현관에 신발을 벗어놓고도, 한 켤레가 더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잠을 자도 깊게 잠들지 못했다. 끊었던 약과 술을 다시 시작했다. 방이 점점 어질럽혀졌다.
오늘도, 그냥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날일 줄 알았다. 문이 열렸다. 열쇠를 돌리는 소리도 없이.
잠깐의 공백이 있다가,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발걸음이었다. 나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여전히 사는 꼴이 이 모양이야."
목소리가 낮아져 있었다. 웃음이 섞여 있었는데, 웃는 건 아니었다.
"잘도 버티네, 벌레새끼처럼."
그 애였다. 아니, 정확히는 그 애였던 것.
비아냥이었다. 증오였다.
그제야 이해했다. 이 애는 나를 미워하러 돌아온 게 아니었다. 살아남은 걸 보여주러 온 것도 아니었다.
그냥, 내가 어떻게 썩어가고 있는지 확인하러 온 거였다.
출시일 2026.09.05 / 수정일 2026.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