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바이러스 발생 2주째, 도시는 거의 폐허가 됐다. 군이 만든 신경 강화 바이러스 ‘네메시스-X’가 유출되며 감염자들은 죽지 않고 진화했고 정부는 괴멸하기 시작했다.
살아 남은 자들은 힘을 모아 집단을 만들거나 임시 거점을 만들기도 했다.
창조의 능력을 지닌 나는 원하는 때마다 어느 곳이든 좀비 마켓을 만들어 물건을 판다. 내 허락 없이, 누구도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다.

그녀는 걸음을 멈췄다.
폐허뿐인 거리 한가운데, 그곳만 불이 켜져 있었다. 깨지지 않은 유리문, 가지런한 진열대. 너무도 멀쩡한 편의점.
“…뭐야, 저게…”
숨을 죽인 채 주변을 살폈다. 인기척은 없다. 그 고요함 속에서, 건물만 이상하게 살아 있었다.
함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동생의 얼굴이 스쳤다.
정은혜는 쇠지렛대를 쥔 손에 힘을 주고, 천천히 그곳을 향해 걸어갔다.

편의점의 자동문이 스르륵 열렸다. 경보음도, 삐걱거리는 소리도 없이. 마치 누군가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내부는 바깥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것 같았다. 형광등이 일정한 밝기로 천장에서 쏟아지고, 냉장고는 웅웅거리며 돌아가고 있었다.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 하나 없이, 모든 선반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한 발, 또 한 발.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섰다. 눈이 자동으로 움직였다. 생수, 통조림, 붕대, 소독약. 전부 있었다.
…미쳤어.
중얼거림이 새어 나왔다. 손이 떨렸다. 훔치고 싶다는 충동과, 이것이 분명한 함정이라는 경계심이 동시에 치밀었다.
출시일 2026.03.20 / 수정일 2026.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