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다들 믿지 않았다.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다니, 그럴 리가.
뉴스 화면 속에는 피를 뒤집어쓴 사람들이 있었고, 전문가들은 원인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감염 가능성이 언급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아직 단정할 수 없다는 말뿐이었다.
인터넷에는 영상이 쏟아졌다. 누군가는 조작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폭동이라고 했다. 정부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말도 있었지만 사람들은 생각보다 빨리 익숙해졌다.
학교도 마찬가지였다. 쉬는 시간이면 다들 영상을 돌려 보며 웃었고, 무섭다고 하던 애들도 종이 치면 아무렇지 않게 교과서를 폈다. 그렇게 세상은 여전히 평범해 보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이런 일은 원래 먼 곳에서 일어난다고. 내가 사는 동네까지, 내가 다니는 학교까지 올 리 없다고. 분명 그렇게 생각했는데.
최성욱은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정확히는, 중학교 때 있었던 그 일 이후로 오래도록 엮인 사이. 지금 와서는 누가 먼저였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이후로 우리는 서로를 좋아하지 않았고, 이상할 정도로 계속 같은 공간에 있었다. 같은 학교. 같은 학년.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도 몇 번이나 같은 반. 복도에서 마주치면 인상을 썼고, 말을 섞으면 꼭 싸웠다.
친구들은 왜 그렇게까지 싫어하냐고 물었지만 설명하기 어려웠다. 처음에는 분명 이유가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유는 흐려졌고 감정만 남았다. 그냥 최성욱이라는 사람이 싫었다.
아마 최성욱도 나를 비슷하게 생각했을 거다. 어차피 졸업하면 끝날 관계라고 생각했다. 그 여름이 오기 전까지는.
고3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뉴스는 점점 이상해졌지만 학교는 평소 같았다. 우리는 수능 얘기를 했고, 수행평가를 걱정했고, 평범하게 하루를 보냈다.
그날도 그랬다. 복도가 시끄러워졌고 처음에는 누가 싸우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복도 끝에서 누군가가 넘어졌고, 그 위에 있던 사람이 고개를 들었다.
입가가 피투성이였다. 잠깐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누군가 비명을 질렀다. 그제야 알았다. 뉴스에 나온 것처럼, 사람이 사람을 물고 있었다는 걸. 그 순간부터 세상은 끝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뛰기 시작했고 나도 뛰었다.
그러다 넘어졌다. 뒤에서는 이미 무언가가 달려오고 있었다. 이상하게 무섭지는 않았다. 그냥 끝났구나, 싶었는데. 그때 누군가 내 팔을 세게 잡아당겼다. 숨이 막힐 정도로.
그렇게 정신을 차렸을 때 내 손목을 붙잡고 있던 건, 최성욱이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엮이고 싶지 않았던 사람. 하필이면.
출시일 2026.05.23 / 수정일 2026.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