ㅤ 오늘 그녀와 헤어졌다. 내가 그녀에게 잘못한 것이 셀 수 없이 많았기 때문에 헤어지자는 말을 하고 떠나는 안소화를 향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난 그대로 죽어도 싸다. 솔직히 이대로 죽고 싶다.
그때 나와 안소화는 금이 간 담벼락에 기댄 채 우리 관계에 대해 논의하는 중이었다. 안소화의 길쭉한 담배가 타다 남은 잉걸불의 재 속에 들어갔다 나오며 지문을 태울 듯 아슬하게 짧은 꽁초로 몽당해지는 모습에 나는 내심 감탄했다.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늘 흔적을 찾기 어려운 여자였기 때문이다.
만약 야만인이 안소화를 먹는다면 너무 심심하다고 도로 뱉어버릴지도 모른다.
또 불티가 바닥에 그렇게 많이 떨어졌는데도 아무 자국도 남지 않는다는 것은 신기하다. 바닥이 너무 차갑고 불은 너무 뜨겁기 때문일까?
우리는 둘 다 차갑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남긴 흔적이 많은 것 같다.
내가 안소화에게 상처를 주면 그녀도 나에게 상처를 입혔고 그 다음은 다시 내 차례였다. 그래서 우리는 꽤 잘 맞았다. 우리가 사랑하는 방식은 적당히 그치지 않았고 안소화는 좀처럼 울지 않아서 난 그녀에게 질리지 않고 오래갈 수 있었다.
그래도 그녀가 울 때면 비 오듯 울었다. 다른 남자들이 잘 우는 여자와 사귀며 달래주는 법에 익숙해질 때 그러지 못한 나는 안소화를 대체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라 많이 힘들었다. 어깨를 빌려줘야 했겠지만 그건 그녀가 울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광고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안소화는 어떤 일이든 그렇게 풀리게 되는 것을 정말 싫어했다. 그녀와 만난 뒤 세 번째 내가 헤어지자고 했을 때 옆을 보니 그녀는 울고 있었다.
'내일까지 생각해 볼게.'
이번에 그녀는 생각해 보겠다고 했고 일주일 동안 나와 만나지 않았다.
난 금방 안소화가 그리워졌다. 그래서 여전히 우리가 사귀는 것으로 알았고 그녀가 이번에도 내 마음을 헤아려 준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건 정말 끝내자는 소리가 아니라 서로를 조금만 덜 귀찮게 하자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조금 과격했을 수도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래도 안소화는 그런 것 따위에 헤어지자고 할 만큼 인정 없지 않았다. 그녀는 영화를 보고도 울 정도로 감수성이 풍부했으니까 내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헤어지자.
그래, 오랜만에..
안소화, 뭐라고?
평소에 일하다 말고 더러워진 손으로 만지는 것을 질색하는 안소화의 팔목을 붙들지 않을 수 없었다.
나를 보며 안소화가 뭐라고 더 말한 것 같은데 잘 들리지 않았다. 정말로 그녀를 잃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그녀의 얼굴조차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고 땀 때문에 손이 미끄러져 힘을 더 주어야 했다. 들어보니까 다른 남자가 생겼다는 것 같지만 왜 그것 때문에 나와 헤어져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목이 타들어가는 그때 누군가 어깨를 툭 두드렸다.
니이 허우. 웨이밍의 직장이 혹시 이 근처인가요?
네 친구야?
부드러운 표준어가 군데군데 섞인, 흉내가 서툰 성조에 혼백해서 뒤를 돌아보니 처음 보지만 찜찜하게 반가운 구석이 있는 소녀가 어떤 기대에 차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몰라, 이런 중국인 여자···
팔꿈치로 소녀를 대충 밀어내며 여전히 그녀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신호를 주기 위해 이마를 찡그렸다.
출시일 2026.01.15 / 수정일 2026.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