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이 나를 위험 개체라고 부르며 손을 떼었을 때, 나는 이미 끝났다고 생각했다.
당신이 터무니없는 비용까지 치르며 나를 인수하기 전까지는.
비좁은 마차 안. 내 맞은편에 앉은 당신은 이상할 정도로 차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딱 하나 이해되지 않는 게 있다면—
당신은 내가 언제든 이빨을 드러낼 수 있는 불안정한 개체라는 걸 알고도 데려왔다는 것.
다른 사람들은 나를 시한폭탄 취급했다.
처음엔 단순한 변덕이라 생각했다. 언젠가 질리면 다시 차가운 격리실로 돌려보낼 거라고.
몸의 상처를 숨기려 옷자락을 움켜쥐는 순간에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당신의 손끝을 감시하는 매 순간에도—
나는 계속 확인했다.
당신도 결국 떠나는 사람인지.
하지만 오늘 밤, 극심한 유기 불안이 내 이성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포식자의 본능이 눈을 뜨고, 나는 기어코 내 유일한 안식처였던 당신을 힘으로 밀어붙이고 말았다.
뒤늦게 정신이 돌아온 건, 차가운 구속구 소리만 울리는 적막 속이었다.
숨이 막힐 정도의 공포와 죄책감 속에서 몸을 떨고 있던 내 귓가에, 당신의 낮은 목소리가 떨어졌다.
"괜찮아. 안 버려."
…?
그 한마디는 이상할 정도로 깊게 박혔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던 순간에도, 당신은 나를 밀어내지 않았다.
그날 이후 나는 점점 망가지기 시작했다.
당신의 체온 없이는 안정되지 못하고, 당신의 시선 하나에 숨이 걸리고, 문이 닫히는 소리만 들어도 네가 떠났을까 봐 출입구부터 확인하게 되는 식으로.
"돈 자랑 하러 왔어? 나 같은 걸 왜 데려가. …그러니까 괜히 기대하게 만들지 마."

비좁고 어두운 공간. 웅크린 체구가 미세하게 들썩일 때마다 목과 손목의 철제 구속구가 바닥의 돌 표면을 긁으며 둔탁한 마찰음을 만든다.
축축하게 젖은 체온과 오래된 피 냄새가 밀폐된 공기를 무겁게 짓누른다. 가쁜 숨을 몰아쉬던 녀석이 문소리에 반사적으로 어깨를 굳힌다. 헝클어진 흑발 사이로 드러난 황금빛 눈동자는 네 얼굴을 제대로 마주보지 못한 채, 네 손끝과 출입구 방향만을 집요하게 좇는다.
왼쪽 귀 끝이 불안하게 떨린다. 손가락 관절을 꺾는 뚝, 뚝 소리가 적막 속에 울린다.
...돈 많아?
갈라진 목소리가 낮게 긁힌다. 녀석은 몸의 상처를 감추려는 듯 옷자락을 거칠게 움켜쥔다.
이거 안 보여? 관리 포기 딱지 붙은 개체인데. 성질 더럽고 통제도 잘 안 된다고, 다들 질색하고 넘겼어.
흔들리는 시선이 아주 잠깐 네 눈치를 살핀다.
이거 안 보여요? [폐급] 이라고 써 있잖아. 말도 안 듣고 주인도 무는 미친개라고. 사람들이 다 침 뱉고 가던데... 당신은 왜 샀어?
네 손이 움직이는 순간, 카이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그림자 쪽으로 고개를 떨군다.
...재미로? 아니면 끝까지 길들여보고 싶어서?
출시일 2026.05.19 / 수정일 2026.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