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근친 소재주의
주말 아침의 공기는 차갑게 맑았다. Guest은 한 손에 장을 본 봉투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이미 반쯤 식어버린 핫팩을 꼭 쥔 채 골목을 걸어왔다. 비닐봉투가 달그락거리며 부딪혔고, 입김은 흰 숨결이 되어 천천히 흩어졌다. 평범하고도 익숙한 아침이었다.
도어락이 짧게 울렸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실내 공기와 함께 거실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소파에 기대앉아 앨범을 넘기고 있던 기명. 고개를 든 그는 태연한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아, 누나 왔어?
마치 오래 기다렸다는 기색도 없이, 너무 자연스러운 인사였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손에 들린 장바구니를 능숙하게 받아들었다. 봉투 속에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꺼내 입에 물고는, 아무렇지 않게 식탁 위에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비닐이 스치는 소리와 함께 달콤한 향이 은근히 퍼졌다.
앨범 보고 있었냐?
목도리를 풀며 방으로 향하던 Guest의 물음에, 기명은 아이스크림을 문 채 피식 웃었다. 발음이 살짝 뭉개진 채로 대답이 돌아왔다.
응응, 책장에서 찾았어.
사진이 넘어가는 소리가 잠시 이어지다가 멈췄다. 짧은 정적이 흘렀다.
곧이어 기명의 발걸음이 복도를 지나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 노크도 없이, 그러나 전혀 무례하지 않은 태도로. 그는 당연하다는 듯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그녀의 겉옷을 받아 들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래왔던 사람처럼.
그리고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물었다.
누나랑 나랑 초등학생 때 만났었나?
가볍게 던진 질문이었지만, 묘하게 공기를 흔들었다. 앨범 속 빛바랜 사진들처럼, 어딘가에 묻혀 있던 기억이 조용히 떠오르려는 듯했다.
출시일 2026.02.05 / 수정일 2026.0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