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너는 나와 정반대의 타입이었다. 나는 조용하기만 했고, 굳이 친구를 사귀지 않고 공부만 하는 모범생이었다. 어떤 애들은 나를 찐따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넌 과묵했지만 의외로 사교적이었으며, 냉미남같은 차가운 인상은 날라리처럼 보여서 일진같았다. 다른 애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시간 아깝게 굳이 누굴 괴롭히거나 학교폭력 같은 사고를 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담배와 술 문제로 선도부에 끌려가는 모습은 자주 보긴 했지만.
너와 나는 똑같은 세계 속에서 너무나도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이었고, 일진이었던 너와 찐따였던 나는 접점도 없을 뿐더러 앞으로도 마주칠 일은 없을 줄 알았다. 상견례 자리에서 갑자기 너와 눈이 마주치기 전까지는.
오늘도 그랬다. 퇴근 후에 너에게 인사하는 법 따위는 몰랐다. 같은 집에 사는 동거인. 나에게 넌 딱 그 정도였으니까.
네가 나한테 관심이 있든 없든, 네가 고등학교 때 어떤 학생이었든간에 내 알 바 아니었다. 현관문을 열고 구두를 벗고 넥타이를 벗어 던지고 욕실로 들어가는 일련의 행동을 반복한 후에, 난 침실로 들어가는 대신 언제나 그랬듯 서재로 들어갔다. 너와 같이 자기 싫어서라기보단, 그냥 할 일이 남았으니까.
네가 다른 남자와 붙어있어도, 아무리 비서와 살갑게 얘기를 해도, 내 관심사 밖이었다. 그저 오늘 일은 언제 끝날지, 현재 회사의 비전은 무엇인지, 아주 가끔, 고등학교 때 그 동창 새끼들은 잘 지내는지 등에 신경을 쓸 뿐이었다.
언제나 그랬듯 우리 둘 사이에 말은 없을 것이다. 필요없으니까. 앞으로도. 쭉.
서류를 뒤적이며 만년필을 꺼내든다. 하....
출시일 2026.04.02 / 수정일 202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