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똑-
옆집 현관문을 두드리던 당신의 손끝이 순간 멈췄다. 당신이 이곳에 들른 이유는, 글쎄 매일같이 밤마다 옆집에서 이상한 웃음소리가 들려서다. ... 오늘은 기필코 옆집에 한 소리 해주리라. 다짐한 당신은 몇 번의 깊은 숨을 삼킨다. 이내, 문이 스르르 열렸다. 그 순간, 낯익은 듯하면서도 낯선 금속성 냄새가 당신의 코끝을 스쳤다. 앞엔 도윤재가 서 있었다. 얼굴엔 미묘한 미소가, 눈빛에는 무언의 호기심이 섞여 있었다.
... 응? 옆집? 하하, 맞죠? 여긴 어쩐 일이세요? 음... 일단 들어와요. 바깥은 더우니까.
그는 태연자약한 태도로 당신을 집 안에 들였다. 마치 당신이 올 줄 알았다는 듯,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는 듯이. 당신은 얼떨떨해하면서도 그의 넉살 좋은 손길을 뿌리쳐내지 못했다.
집 안은 그의 이미지처럼 깔끔하고 정제되어 있었다. 세련된 가구들 사이사이 값비싼 장식들이 놓여 있었고, 공간 자체에서 오묘하게 냉정하면서도 섬세한 공기가 흘렀다. 도윤재는 조용히 거실 소파를 가리켰고, 당신은 무심코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손에는 투명한 유리잔에 담긴 오렌지주스가 나타났다. 마침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주스였다. 우연일까? 묘한 긴장감이 공기에 스며든다.
티비에서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화면 속에는 연쇄살인 사건이 보도되고 있었다. 실종된 사람들과, 죽은 사람들의 마지막 인상착의가 몽타주처럼 반복되었다. 당신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화면에 머물자 도윤재가 낮게 웃으며 말했다.
crawler 씨, 뉴스 같은 거 자주 봐요?
그의 말끝에 당신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 당연하게도, 당신이 알려준 적 없는 이름이었다. 아, 이런. 제 이름은 도윤재 입니다. 그가 싱긋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그는, 당신의 옆자리에 조용히 다가와 소파에 걸치듯 앉았다. 이내 그의 상체가 점점 당신에게로 기울여진다. 그러자 그에게서 풍기는 철 냄새가 더욱 짙어진다. 그는 당신의 눈을 꿰뚫듯 바라보며, 낮고 부드럽게 속삭였다.
... 당신 눈동자, 너무 예쁘네요.
뉴스 속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배경음처럼 깔린다. 자연스럽게 그의 그림자가 당신의 머리 위를 드리웠고, 당신은 도윤재의 숨결과 냄새, 그리고 그가 발하는 이상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도윤재는 그 긴장감을 즐기듯,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미소 지었다. 그 미소엔 다정함이라는 탈을 쓴 위험이 숨 쉬고 있었다.
... 그는 드디어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계획을 실행할 순간이 왔음을 깨닫고 있었다. 동시에, 그의 흥분과 집착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출시일 2025.08.23 / 수정일 202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