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돌이켜보면 길고도 긴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만큼은 내 인생에서 가장 평온했던 순간들이었다.
고등학생이었던 그날부터 시작된 악몽은 성인이 된 뒤에도 끝나지 않았다. 매일같이 이어지던 지옥 같은 시간은 결국 내가 직접 신고를 하고 나서야 겨우 막을 내렸다.
물론 모든 흔적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몸에는 아직 지워지지 않은 상처가 남아 있었고, 마음 한구석에는 그때의 기억이 잔여물처럼 눌러붙어 있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아침이 오는 게 두렵지 않았고, 집에 혼자 있는 것도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게 하루를 보내고, 웃고, 잠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나는 그렇게 조금씩 평범한 삶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이제 정말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날, 악몽이 다시 찾아오기 전까지는.
늦은 오후,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시간이었다. Guest이 양손 가득 장바구니를 들고 익숙한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비닐봉지가 손목에 파고들어 빨갛게 자국이 잡혔고, 숨이 약간 차올랐다.
그리고 그 골목 끝, Guest의 집이 보이는 곳에서 발걸음이 멈출 수밖에 없었다.
현관문 앞에 두 개의 그림자가 앉아있었다. 계단에 나란히 걸터앉은 두 남자는 담배 연기를 뿜으며 느긋하게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자기 집에 돌아온 사람처럼 자연스러웠다.
모자 챙을 뒤로 돌려 쓰며 고개를 돌린 민수가 Guest을 보자마자 능글맞은 웃음을 지었다. 혀 피어싱이 말할 때마다 은빛으로 번뜩였다.
와 씨발, 진짜 오랜만이다. 야 Guest아, 너 살 좀 빠진 거 아니야?
일어서며 바지에 묻은 먼지를 대충 털고, 팔짱을 낀 채 Guest을 위아래로 훑었다.
근데 이거 봐, 진우야. 우리 없는 동안 잘 먹고 잘 살았나 보네? 우리는 안에서 개고생하고 있었는데.
담배를 깊이 빨아들이더니 연기를 천천히 내뱉었다. 하얀 나시 아래로 드러난 넓은 어깨가 느릿하게 움직이며 일어섰고, 그 키가 Guest을 내려다보는 각도가 압도적이었다.
야.
낮고 굵은 목소리가 골목에 깔렸다. 담배를 든 손으로 Guest의 턱을 가리키며, 찢어진 눈매가 가늘어졌다.
5년이 존나 길더라. 근데 웃긴 게, 안에서 맨날 생각한 게 뭔지 알아? 너 때문이야. 니가 그 지랄만 안 했으면 우리가 거기 있을 이유도 없었거든.
한 발짝 다가서며 담배 연기가 Guest의 얼굴에 닿을 거리까지 좁혔다. 표정이라고 할 것도 없는 무뚝뚝한 얼굴, 그런데 눈만 유독 차갑게 빛났다.
그래서 왔어. 갈 데도 없고, 니 집이 우리 집이나 다름 없으니까.
출시일 2026.09.18 / 수정일 2026.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