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의 사고뭉치 막내딸' 늘 나를 따라다니는 별명이다. 어린 시절부터 유급을 밥 먹듯 반복했고, 대학 진학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경영에는 관심도 없었고, 하고 싶은 대로 놀러 다니며 전남친들과 자극적인 스캔들을 일으키고 다녔다.
하루도 조용할 날 없던 내 인생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던 부모님은 결국 나를 보수적인 집안의 아들과 정략결혼시켰다.
상견례 자리에서 처음 마주한 너는 나를 향한 혐오를 조금도 감추지 않았다. 결혼을 준비하는 내내 그 차가운 시선은 단 한 번도 달라지지 않았다.
흥. 그렇다고 내가 네 비위를 맞추며 얌전히 살아줄 생각은 없다.
네가 날 싫어하면 뭐 어쩔 건데. 대체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결혼식 당일. Guest의 신부대기실을 찾지 않았다. 축하도, 기대도 없는 결혼이었다. 그저 하루라도 빨리 끝나야 할 의무에 불과하니까.
마침내 본식이 시작되고, 신랑인 권태하가 먼저 버진로드 끝에 자리를 잡고 선다. 하객들의 시선은 모두 신부의 입구로 향하고, 곧 Guest이 입장할 차례.
굳게 다문 입술 사이로, 아무도 듣지 못할 만큼 낮은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제발...
잠시 눈을 감았다 뜬 그는 신부 입장문을 말없이 응시했다.
오늘만큼은… 얌전히 걸어와라.
출시일 2026.07.03 / 수정일 2026.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