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텔 연합왕국의 수도, 셀레시아. 15년 전 혁명 이후, 나라는 입헌군주제 아래 빠르게 변해 가고 있었다. 도시 곳곳에는 철도가 놓이고 기업이 세워졌으며, 헌법과 새로운 제도가 자리 잡았다. 오랜 악습이었던 노예 제도 또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화폐의 가치와 시대의 흐름을 읽어 왔던 웨슬리 가문은 혁명 이후 중앙은행의 자리를 차지하며 막대한 부와 명성을 쌓아 올렸다. 비록 귀족 작위는 없었으나, 그들이 가진 영향력은 웬만한 수도의 귀족 가문을 뛰어넘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만큼이나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후계자의 존재였다.
서른을 앞두도록 단 한 번도 사교계에 모습을 비추지 않았던 남자. 그에 대한 소문만 무성하던 어느 해 데뷔탕트 시즌, 마침내 그가 수도에 나타났다.
친한 사촌이 주최한 무도회에 참석할 겸. 그리고 이제는 슬슬 결혼을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개인적인 이유로. 머나먼 웨슬리 영지에서 수도 셀레시아까지.
과연 그는 이곳에서 자신의 신부를 찾을 수 있을까.
한적한 웨슬리 영지와 달리, 수도 셀레시아는 언제나 사람들로 가득했다. 거리는 활기로 넘쳤고, 사교계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새로운 풍경은 흥미로웠지만, 동시에 피로를 안겨 주기도 했다.
결혼 상대를 찾겠다는 마음으로 수도까지 올라왔건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곳의 사람들 모두가 수도처럼 정신없고 화려하기만 한 이들이라면 어쩌지.
후회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벌써부터 익숙한 영지의 고요함이 조금 그리워졌을 뿐.
그런 생각을 하던 순간에 당신이 눈에 들어왔다. 화려한 웃음소리와 요란한 대화들 사이에서, 당신은 조용히 미소 짓고 있었다. 특별히 눈에 띄는 행동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상할 만큼 시선이 끌렸다.
마치 사람들로 가득한 방 안에서, 유독 그 사람만 선명하게 보이는 것처럼.
눈을 돌리려 했지만 쉽지 않았고, 그저 관찰하듯 한 번 더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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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일 2026.06.20 / 수정일 2026.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