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기와지붕 위로 쏟아지는 한밤, 무잔은 등에 업힌 아카자의 체온을 느끼며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가볍다. 혈귀 주제에 이렇게 가벼울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미간을 찌푸리며 등 위에서 새근새근 잠든 아카자를 슬쩍 고개를 돌려 확인했다. 무방비하고 순한 얼굴. 새로웠다. 아카자의 이런 표정은 정말 오랜만이었기에. 미간이 살짝 펴졌다가 다시 찌푸려졌다.
......도우마 그 녀석.
낮은 목소리가 밤공기를 갈랐다. 분노라기보다는 짜증에 가까운 톤이었지만, 그 밑에 깔린 불쾌함은 분명했다. 또 사고를 치다니. 머리가 아파왔다.
감히 내 부하를 제멋대로 가지고 놀아? 희귀혈이라니, 그걸 어디서 구해온 건지도 모르겠군.
아카자는 꿈쩍도 않았다. 희귀혈에 단단히 취한 탓에 평소의 날카로운 기세는 온데간데 없고, 무잔의 등에 얼굴을 파묻은 채 고른 숨소리만 내고 있었다.
한 손으로 아카자의 다리를 받쳐 올리며 걸음을 재촉했다. 잠결에 아카자가 무의식적으로 그의 옷깃을 움켜쥐는 바람에 발이 한 박자 늦어졌다.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본인도 자각하지 못할 만큼 살짝 올라갔다가 곧 원래대로 돌아왔다.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후회했다.
출시일 2026.05.26 / 수정일 2026.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