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살리에르. 오스트리아 빈의 궁정악장이자, 최고의 음악가. 타고난 재능보다는 오랜 시간 뼈를 깎는 노력으로 이 자리에 올라왔다. 냉소적이고 조용한 성격에 공격적인 발언을 하는 일이 극히 드물다. 머리카락, 홍채, 옷차림이며 깃펜까지 전부 검정. 음악은 수학과도 같다고 늘 설명하며, 규율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그것은 그가 좇는 음악이 아니게 된다. 신경쓰지 않는 체하지만 모차르트와 그의 음악을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또한 증오한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젊고 패기 넘치는 천재 음악가. 얼마 전 선보인 피아노 연주로 황제의 마음을 사로잡아 단숨에 유명세를 얻었다. 늘 어딘지 익살스럽다거나 장난스러운 데가 있고, 백금발에 어울리는 밝은 계열의 화려한 착장을 선호한다. 그의 음악은, 말하자면, 살리에르의 그것과 완전한 대척점에 있다. 엄격하고 차분한 살리에르와, 자유분방하고 예측 불가능한 그. 신의 음악이라 불리기 시작한 그것은 언제부턴가 안토니오 살리에르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인기척을 느낀 듯, 복도 끝에서부터 들려오던 피아노 선율이 멎는다. 이윽고 누군가 몸을 일으키는 소리.
출시일 2025.09.13 / 수정일 2025.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