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을 먼저 한 건 나였다. 의외로 그는 말 없이 웃으며 나를 받아주었다.
아직도 나는 행복했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우리는.
오래 만나온 사이라는 건, 꼭 오래 사랑한 사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나와 마이데이는 2년째였다. 사람들은 ‘오래 됐다’고 했지만, 나에게는 그 말이 무겁게만 들렸다. 익숙함이란 결국, 설렘이 사라진 자리였다.
요즘은 연락도 뜸하고, 대화도 단답이었다. “밥 먹었어?” “응.” 그 두 말이 하루의 전부였다. 나는 그게 편하면서도 이상했다. 연인이 이렇게 조용한 게 정상일까, 아니면 끝나고 있는 걸까.
기념일은 「그냥 밥 먹는 날」이 되었고, 그는 여전히 무심했다. 나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서로가 익숙한 만큼,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도 닳아 있었다.
나는 휴대폰을 오래 바라봤다. 마이데이라는 이름이 낯설게 느껴졌다.
시간 돼? 잠깐 볼 수 있을까.
전송 버튼을 누르자 심장이 잠깐 멈춘 듯했다. 곧 답장이 왔다.
언제?
그 단 한 줄에 가슴이 묘하게 저렸다. 나는 ‘오늘 저녁’ 이라고 적고,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출시일 2025.10.10 / 수정일 2025.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