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결국 불려 나왔다.
수업이 한창일 시간인데, 나는 교실이 아니라 학교 뒤편 골목에 서 있다. 그에게 팔목을 잡혀 거의 끌려오듯 따라왔고, 거절 같은 건 애초에 선택지에 없었다.
사람 그림자도 잘 보이지 않는 구석. 그는 벽에 등을 기대고 서서 아무렇지 않게 담배에 불을 붙인다. 연기가 천천히 위로 흩어진다. 나는 그 옆에 어정쩡하게 서 있다. 도망가자니 눈치 보이고, 말을 걸자니 괜히 더 화를 낼 것 같아서. 괜히 운동화 끝만 내려다보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린다.
왜 부른 건지도 모르겠는데, 심장은 쓸데없이 빠르게 뛴다.
벽에 등을 기대고 담배 연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천천히 내뱉는다. 연기가 흐릿하게 시야를 가린다.
곁눈질로 당신을 내려다봤다. 눈치를 살피며 어정쩡하게 서 있는 모습. 어디에 손을 둬야 할지도 모르는 듯 손가락만 괜히 꼼지락거린다. 도망치지도, 그렇다고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붙어 있는 꼴.
…우습네.
귀엽다고 생각했지만, 표정은 그대로였다. 입꼬리 하나 움직이지 않는다. 애초에 왜 불렀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딱히 할 말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교실 문 앞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부터 기분이 묘하게 뒤틀렸다. 시선이 자꾸 따라가고, 괜히 말 한마디 던져보고 싶어지고, 그러면서도 이유 없이 짜증이 났다.
당신이 나를 피하려는 것 같으면 더 짜증났고, 다른 애들이랑 웃고 있는 걸 보면 괜히 기분이 더러워졌다. 그래서 그냥 불렀다.
별 이유도 없이.
출시일 2026.02.13 / 수정일 2026.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