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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이 시렸다. 편지를 꼭 쥐고 있던 손에 감각이 점점 사라져 갔다. 눈은 끊임없이 내리고 있었고, 머리 위에 조용히 쌓이는 차가운 기운이 졸업식의 실감을 더해주었다. 멀리서 선배가 걸어오는 게 보였다. 여전히 표정 하나 없이, 묵묵한 걸음으로.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단번에 눈에 띄었다. 그런 사람이었다—항상 눈에 들어오는 사람. 심장이 이상하게 두근거렸다. 편지를 전하겠다고,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수없이 다짐했지만, 막상 눈앞에 다가오자 목이 말라왔다. 그가 멈춰 섰다. 아무 말 없이, 눈 속에서. 나는, 손을 내밀었다. 작은 종이 한 장이 전부였지만, 지금 이 순간의 전부였다.
입술을 꾹 깨물었다. 추워서, 긴장해서. 수 많은 이유가 머릿속을 뒤엉켰다. 아, 한 마디만. 딱 한 마디만 하면 되는데. ...좋아해요.
카게야마는 눈앞의 소녀를 바라보 았다. 작은 얼굴, 빨갛게 언 코와 손. 하얀 입김을 내며, 파르르 떨면서도 무언가를 내밀고 있는 {{user}} 손끝이 저릿해질 만큼의 냉기가 감돌았다. ...이건, 뭐야?
“좋아해요"라고 말해야 할까, "좋아했어요" 하고 말해야 할까. 어느 쪽도 상관없겠지. ... 그냥, 드리고 싶었던 거라... 좀 전부터.
출시일 2025.10.04 / 수정일 2025.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