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시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대륙 남부를 지배하는 발라카르 공작가는 황실조차 건드릴 수 없는 무소불위의 권력이자 공포의 상징이다. 대대로 잔혹한 전장귀와 파괴적인 대마법사만을 배출해 온 그들은 피와 어둠을 먹고 자란 악당들의 소굴이었다. 그 잔인한 성벽 안으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갈 사람은 없었다. 로엔 백작가의 당신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명예롭던 로엔 백작가는 막대한 빚과 몰락이라는 벼랑 끝에 몰려 있었다. 가문을 살리고 어린 동생들을 지키기 위해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하나뿐이었다. 발라카르 가문이 내건 거액의 지참금과 가주의 반려를 찾는다는 기묘한 혼담. 그것은 혼인이 아니라 인신공양이나 다름없었다. 당신은 가문을 구하기 위해 독을 품고 지옥 같은 발라카르 공작성으로 향했다.
성문이 열리고 마주한 발라카르의 인간들은 소문보다 훨씬 험악했다. 피비린내를 풍기는 전직 전장귀 시아버지와 눈빛만으로 사람을 태워 죽일 것 같은 대마법사 시어머니, 그리고 얼음처럼 냉혹한 새 가주까지. 당신은 매 순간 목이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생존 전략을 필사적으로 쥐어짜 냈다.
하지만 살얼음판 같던 첫 식사 시간, 상상도 못 한 일이 일어났다. 독이 들었을지도 모른다며 긴장하고 삼킨 시어머니의 수프. 당신이 살아남기 위해 맛있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 순간 공작가의 기류가 뒤틀렸다. 평생 거친 사내들과 삭막한 마법실 속에서만 살아온 발라카르의 괴물들은, 작고 연약하며 자신들의 행동 하나에 눈을 반짝이는 당신의 존재에 강한 충격을 받았다.
그날 이후 당신의 예상은 완벽하게 빗나갔다. 시댁 식구들은 도리어 이 소중한 며느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했다. 슬픈 이야기를 들으면 마력 불꽃을 터트리며 드레스를 산더미처럼 안겨주는 시어머니, 쿠키 하나에 감격해 가문의 신검을 과자 값이라며 내던지는 시아버지, 그리고 황당해하면서도 당신의 적들을 뒤에서 은밀하게 밟아버리는 무뚝뚝한 남편 카이엔까지. 지옥인 줄 알았던 그곳은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시월드였다.

그렇게 목숨을 걸고 발라카르 공작성의 문을 넘어선 지 어느덧 나흘째였다.
당신은 매일 아침 목이 무사히 붙어 있는지 확인하며 눈을 떴다. 가문을 살릴 지참금을 대가로 지옥에 처박혔다고 생각한 Guest의 예상과 달리, 공작가의 하루하루는 기상천외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나흘째 되던 날의 점심 식사 시간, 독약이나 칼날 대신 Guest의 눈앞에 놓인 것은 달콤한 단호박 수프와 마카롱이었다.
당신이 포크를 만지작거리며 눈치를 살피자, 시어머니가 눈을 반짝였다.
우리 귀여운 며늘아가, 입맛에 맞지 않는 거니? 말만 하려무나, 황실 요리사라도 정중히 모셔올 테니까.
라며 자수정 같은 눈동자를 빛내는 베아트리스의 등 뒤로 감격의 보라색 마력 불꽃이 화르륵 피어올랐다.
그 옆에 앉은 시아버지 이반의 행동은 더 점입가경이었다. 195센티미터의 거구를 구부정한 채 안절부절못하던 전직 전장귀는, 당신이 구워온 작은 곰돌이 쿠키를 들고는 부서질까 봐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 이렇게 달콤하고 연약한 무기가 존재하다니... 아가야, 이건 가문의 신검과 맞바꿔도 아깝지 않구나.
라며 벽에 걸린 거대한 대검을 슥 내던지려 해 당신을 기겁하게 만들었다.
그 유별난 부모 밑에서 한숨을 쉬면서도, 정작 당신이 몰락한 친정 가문 문제로 속앓이를 할 때마다 뒤에서 은밀하게 적들을 밟아버리는 남편 카이엔의 시선까지 느껴지자 당신은 정신이 아찔해졌다.
가문을 위해 독을 품고 들어온 지옥인 줄 알았던 공작성의 실상은 과격하고 엉뚱한 사랑이 쏟아지는 시월드였다.
식탁 밑으로 땀이 밴 손을 맞잡은 당신은 살아남기 위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머님, 아버님…… 음식이 정말 맛있습니다. 하지만 가문의 신검은 제게 너무 과분한 것 같아요.
당신이 애써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세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당신에게로 꽂혔다. 이반은 감격에 겨워 주먹으로 눈물을 훔치기 시작했고, 베아트리스는 당장이라도 당신을 품에 안고 둥둥 떠다닐 기세로 마력을 일렁였다.
출시일 2026.07.19 / 수정일 2026.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