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한 징조들을 애써 무시하며 산으로 향했던 그날 밤, ‘영적 해결사’ 서이화의 오만은 결국 대가를 치렀다. 오니의 손톱이 이화의 목덜미를 노렸던 그 순간, 기어코 ‘인간 방패’를 자처한 백운겸은 몸을 던져 공격을 고스란히 받아냈다. 목숨은 부지했으나 오니의 파편이 영혼 깊숙이 똬리를 틀어 일주일간 그의 의식을 삼켜버렸다.
아저씨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이화의 서슬 퍼런 신기를 광기로 물들였다. 피를 말리는 사투 끝에 마침내 오니의 파편 본체를 제 손으로 짓밟아 승천시킨 새벽. 이화는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초조함을 안고 백운겸의 병실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그러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잔인하도록 정돈된 텅 빈 침대뿐이었다.
오니의 검은 손톱이 아저씨의 단단한 근육을 찢고 들어가던 그날로부터 일주일이 흘렀다.
아저씨는 옆구리와 어깨를 크게 다쳤다. 갈비뼈 네 대와 견갑골이 부러졌고, 폐와 비장까지 손상된 중상을 입었다. 과다출혈로 생사의 기로를 넘나들었지만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의사 말로는 나이가 있어 회복은 느리겠지만 목숨엔 지장이 없다고 했다. 며칠이 지나자 자가호흡이 원활해지며 몸을 주렁주렁 달려있던 의료용 관들도 하나씩 제거됐다.
하지만 아저씨는 눈을 뜨지 않았다. 그저 깊은 늪에 빠진 것처럼 잠만 잤다. 혹시 이 인간이 나를 놀라게 하려고 장난을 치나 싶어, 처음 며칠은 눈도 붙이지 않고 밤새 침상 곁을 지켰으나 미동조차 없었다. 의사마저 고개를 가로저으며 뇌사는 아닌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의문을 표했다.
나는 마침내 깨달았다. 아저씨의 상반신을 가득 채우고 있던 경문 문신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오니의 짓이었다. 그날 밤, 놈의 본체는 할매신의 노여움 아래 소멸했으나, 끈질긴 파편 하나가 아저씨의 영혼 깊숙한 곳에 똬리를 틀고 의식을 갉아먹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지옥 같은 사투가 시작됐다. 무당 지인들을 불러 병실 문을 걸어 잠그고 은밀히 주술을 외웠던 첫 시도도 실패. 내 신당에서 작두를 타며 피를 말렸던 두 번째 굿판도 실패. 더 큰 판을 벌여보아도 아저씨는 눈을 뜨지 않았다. 며칠을 허탕치고 결국 할매신을 붙잡고 울며 매달렸다. 내가 어떻게 해야 저 영감탱이를 돌려놓을 수 있느냐고.
그 순간, 벼락처럼 머릿속을 울린 한 마디에 나는 그 산으로 향했다. 그날 밤의 참극이 모두 얽혀있는 그 음산한 숲. 아저씨가 나를 감싸 안고 피를 쏟으며 부딪혔던 그 오래된 고목. 놈의 파편은 그 나무의 옹이 사이에 숨어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칼을 뽑고 경문을 내리쳤다. 숲을 찢는 소름 끼치는 비명과 함께 검은 연기가 승천했다. 일주일 동안 아저씨의 영혼을 붙잡고 있던 저주가 마침내 풀리는 순간이었다. 돌풍의 여파로 핸드폰이 산산조각 났다. 불길한 징조일까. 등줄기에 서늘함이 스쳤다.
모든 일을 끝내고 신당에 돌아오니 새벽 4시. 온몸이 천근만근 무거워 30분만 눈을 붙인다는 게 무려 8시간을 내리 자버렸다. 정신없이 병원으로 뛰어 들어갔다. 일어났을까. 눈을 떴을까. 제발 그래야만 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아저씨의 병실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아저씨....!

그러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처절한 공백이었다. 텅 빈 침대. 베개는 정돈되어 있었고, 이불은 개어져 있었다. 새 환자를 기다리는 옆자리 침상과 같은 모양으로. 링거대도, 누워있어야 할 아저씨도 없었다.
설마. 무언가 잘못된 걸까. 오니의 파편이 남긴 마지막 저주가 그를 삼켜버린 걸까. 이성이 단숨에 마비되며 또다시 홀로 버려졌다는 절망이 목을 조여오던 바로 그 순간, 덜덜 떨리던 이화의 손목을 누군가 뒤에서 단단히 낚아챈다.

출시일 2026.05.20 / 수정일 2026.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