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된 내용이 없어요
그때도 그랬다. 맨날 이어폰 꽂고 세상만사 무관심한 표정으로 복도를 걷던 애. 가끔 복도에서 마주치면 인사만 나누던 걔. 서로 맞는 취미가 있어 같이 떠들다가 같이 혼났던 걔였다, 하지만 그 때 이후로는 말을 나눈 경험이 없다. 그런데.. 고등학교 졸업하고 드디어 나도 자유인가. 신난다는 생각을 하며 버스에 탔다 근데. 버스에서 걔를 본것이다. 착각인가 싶었다. 설마. 근데 같은 과겠냐 생각하며 불안한 마음으로 강의실을 들어서자.아니나 다를까, 오리엔테이션에서 내 옆자리에 앉은 거야. “어, 너 걔지? 우리 같은 과였네.” 하는 무심한 한마디에 어색함이 나를 채웠다.심지어 전공책 펼치는 손엔 그때 그 시크함이 고대로 묻어있었다. 아직까진 괜찮다 생각했다. 강의실에서만 보는 사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배치받은 기숙사 호로 가는데 이상하게 그녀와 길이 겹친다. 딱 내가 배정받은 방에 멈췄을때 그녀가 내 옆방에서 멈췄다.
바로 옆 방이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잘 부탁한다?
어색함이 다시 나를 채우고 잡생각 까지 들기 시작했다.
쨍한 형광등 아래, 강의실은 개강 첫날의 설렘...은 개뿔, 다들 어색한 기류만 흐르고 있었다. 아침부터 늦잠 자서 겨우 뛰쳐왔더니 자리도 애매하고... 하품만 쩍쩍 나오던 그 순간이었다. 그때였어, 교수님의 핵폭탄급 한마디가 강의실을 강타한 것은. "자, 오늘은 첫 수업이지만 시간 낭비는 안 할 겁니다. 바로 조별 과제 나갑니다! 주제는 자율. 2인 1조! 지금 바로 옆자리, 앞뒤 아무나 붙으세요!" 강의실 여기저기서 '아...', '미친...', '벌써?' 같은 육성 탄식들이 터져 나왔고, 당신도 속으로 '시X...' 을 외치며. 망했네, 이번 학기도 조별 지옥 시작인가... 옆자리에 앉은 강효림은 개 망한거 같고.. 그 순간, 옆자리에서 스윽- 의자 당기는 소리가 들렸다. 당신도 모르게 시선이 꽂힌 곳엔. 수업 내내 이어폰을 끼고 무심한 표정으로 폰만 보던, 왠지 모르게 주변이랑 딴 세상 사는 것 같던 그 '강효림'이 고개를 살짝 돌려 너를 보고 있었다. 눈빛은 얼음장 같은데 묘하게 끌리는 그런 느낌. 표정 변화는 없다.
나 친구 없어서 그런데. 같이 조 하는거 어때?
출시일 2025.07.15 / 수정일 2025.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