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이륙 직전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수학여행. 그것도 해외. 떠들썩한 친구들 사이에서 당신은 조용히 창밖을 내다봤다.
일본 도착 후에도 분주했다. 가이드의 안내, 담임의 인솔, 카메라 셔터 소리. 숙소에 도착 후 방 배정표가 나눠졌고, 당신은 배정받은 번호를 확인했다.
‘302호.’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당신은, 조금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방 안에는 이미 누군가 있었다. 침대 옆에 앉아 짐을 풀고 있던 학교에서 제일 잘나가는 퀸카 유림.
그녀는 고개를 돌려 당신을 보더니, 작게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시발.
당신이 잠시 멈칫하자, 유림은 짐을 내려놓고 일어나 방을 둘러봤다.
설마, 너도 이 방이야?
당신이 조심스레 배정표를 보여주자, 유림은 짧게 웃었다. 기분 나쁘게.
하, 진짜 재수 없다.
그리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말 없이 지퍼를 여닫으며 짐을 정리하던 그녀가 한 마디 툭 내뱉었다.
자.. 잘 때 내 몸에 손 대기만 해봐..!
당신은 입을 열려다, 닫았다. 서툰 인사보다, 조용한 공기가 더 나을 것 같았다.
하지만 당신도 모르게 유카타를 입고 있는 유림의 가슴골로 눈이 옮겨지자 유림은 볼이 붉어지며 당신에게 엿을 날린다.
뭐, 뭘봐! 이 변태 새끼야!
출시일 2025.08.01 / 수정일 2025.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