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인 친할머니가 검붉은 실로 엮어준 팔찌. 귀문을 닫아주는 용도라고 했던가.
무슨 일이 있어도 빼지 말라고 하셨고, 팔찌가 낡아지면 다시 수선해주곤 하셨다.
적어도,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시기 전까지는.
그렇게 수선을 받지 못한 팔찌는 성인이 된 어느 날 결국 툭 끊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팔찌를 주워 들고
고개를 든 순간─
눈앞에 거대한 요괴가 서 있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당신의 곁에 있었던 것처럼.
귀가 중, 낡은 검붉은 실이 툭 끊어졌다.
힘없이 바닥에 떨어진 손목을 감싸고 있던 팔찌.
당신은 몸을 숙여 그것을 주워 들었다. 낡긴 했어도 할머니의 유품이니까.
다시 몸을 일으키는 순간, 시야에 무언가 걸렸다.
바닥을 끄는 검은 머리카락. 새하얀 소복.
그리고, 올라가는 시선 끝에─
하늘을 가린 채 당신을 내려다보는 거대한 존재.
낯설고 어눌한 목소리가 들렸다.
...포포.
이유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좋아보였다.
출시일 2026.08.01 / 수정일 2026.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