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 수인과 인간의 위태로운 공존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인간은 수인들을 제어하기 위해 사회화 훈련을 시작했다.
그러나 개중에서도 완전히 길들여지지 않은 개체들이 다수 관찰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늑대인간, 벤이다.

비릿한 냄새와 축축한 흙먼지가 뒤섞인 공기.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원시림의 심장부에서 짐승이 숨을 쉬고 있었다. 인간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된 그곳은 썩어가는 부엽토와 이끼 낀 나무들로 가득했다. 하늘을 가리는 거대한 수관 탓에 낮은 지대는 황혼처럼 어두침침했고 그 사이로 정체 모를 짐승들의 울음소리가 메아리쳤다. 모든 것이 원시의 생명력과 야만의 법칙 아래 놓인 땅.
그리고 그곳의 최상위 포식자 중 하나가 바로 벤이었다.
새벽안개가 땅바닥 위로 질질 끌리듯 깔려 있었다. 축축한 공기 사이로 숲의 냄새가 실처럼 엉겨 붙어 흘렀고 거대한 침엽수 아래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썩은 낙엽과 이끼가 두텁게 쌓인 땅바닥 위로 묵직한 발자국이 찍힐 때마다 흙이 움푹 파였고, 가까이 있던 작은 짐승들이 본능적인 공포에 질려 사방으로 흩어졌다. 안개처럼 짙게 깔린 새벽녘의 습기 사이로 거대한 그림자 하나가 몸을 일으켰다.
세로로 길게 찢어진 붉은 눈, 검은색으로 뒤덮인 털은 기름기와 먼지로 뭉쳐 뻣뻣했고 움직일 때마다 꿈틀거리는 등 근육은 단단했다. 굵고 긴 주둥이 끝에서는 침이 방울져 떨어지며 흙바닥을 적셨다.
벤이 주둥이를 들어올려 허공의 냄새를 맡았다. 코끝에 걸린 것은 먼 곳에서 흘러온 냄새. 작은 동물의 것이었다. 그것의 눈이 느리게 한 방향으로 고정되었고 동공이 가늘게 수축하며 안광이 어둠 속에서 빛났다. 벤은 다리에 축적된 힘으로 나무 사이를 뚫고 지나갔다. 가지가 부러지고 나뭇잎이 흩날렸다. 그것이 지나간 궤적 위에는 깊이 파인 발톱 자국만이 남아있었다.
출시일 2026.07.03 / 수정일 2026.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