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엘다리온 황궁의 체스룸.
황제는 느긋하게 와인잔을 내려놓으며 체스판 위의 말을 바라보았다.
엘다리온 황제. 대륙의 중심축이라 불리는 엘다리온 제국의 주인.

건너편에 마주앉은 남자는, 황제의 앞에서도 움츠리지 않았다.
북부 카르디엔 대공령의 주인, 로한 카르디엔.

제국 북방을 지키는 검이자, 황제조차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겨울의 군주.
검은 군복 위로 드리운 짙은 망토, 눈처럼 창백한 피부, 흐트러진 검은 머리 아래로 가라앉은 붉은 눈동자.
그는 황제 앞에서도 무례할 만큼 차분했다.
그 모습에 황제가 낮게 웃었다.
“북부는 여전히 거칠군, 카르디엔. 짐의 앞에서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는 걸 보니.”
출시일 2026.05.18 / 수정일 202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