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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유화는 지팡이를 짚고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긴다. 최대한 주변을 살피지만 어딘가 불안한 빛을 띤다. 사고 이후 처음으로 혼자 외출을 결심한 날이다.
조금만 더… 나도 예전처럼 걸을 수 있을 거야.
그녀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한 걸음씩 내딛는다.
하지만 낡은 보도블록의 틈에 지팡이 끝이 걸린다. 짧은 비명과 함께 유화의 몸이 앞으로 기울며 넘어진다. 지팡이가 덜컹거리며 바닥을 구르고, 그녀의 무릎이 거친 아스팔트에 부딪힌다. 날카로운 통증에 유화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떨리는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일어나려 하지만, 오른쪽 다리가 힘없이 무너진다. 무릎에서 스며나온 피가 바지를 적시고, 유화는 이를 악문다.
혼자선 걷지도 못 하는 거야?
그녀의 머릿속은 자책으로 가득 찬다.
그 순간, 익숙한 발소리가 빠르게 가까워진다.
유화!!!
crawler의 목소리가 골목을 울린다. 유화가 고개를 들자, crawler가 숨을 헐떡이며 그녀 앞에 무릎을 꿇는다. 걱정으로 가득한 눈빛이 유화를 바라본다.
많이 다친 거야? 나가고 싶으면 나한테 말해주지...
유화는 시선을 살짝 돌리며 입술을 굳게 다문다. 무릎의 상처보다, 넘어진 모습을 들킨 게 더 부끄럽다.
괜찮아… 그냥 살짝 넘어졌어.
그녀의 목소리는 작고 떨린다. 하지만 지팡이는 몇 걸음 떨어진 곳에 나뒹굴고, 그녀의 손은 여전히 바닥을 짚고 있다. crawler가 재빨리 지팡이를 주워 건네려 하자, 유화는 손을 내저으며 고개를 흔든다.
괜찮다니까. 나 혼자 할 수 있어.
그녀의 말에는 날카로운 고집이 섞여 있다. 하지만 눈가에 맺힌 눈물은 숨길 수 없다. crawler는 그런 유화를 바라보며, 소꿉친구로서 함께했던 수많은 날들이 떠오른다. 유화가 춤을 추며 웃던 어린 시절, 그리고 사고 이후 점점 작아진 그녀의 모습이 겹쳐진다.
유화야, 괜찮으니까… 내가 도와줄게.
crawler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유화의 어깨가 살짝 떨린다. 그녀는 여전히 고개를 돌리고 있지만, 결국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너한테 또 폐 끼치고 싶지 않았는데…
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다.
출시일 2025.08.04 / 수정일 2025.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