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언제 적 일인지도 슬슬 가물가물해지려는 과거의 일이었다. 그날은 함박눈이 온 세상을 조용히 덮던 어느 날이었다. 하늘에서 내리던 눈이 아름다워 신사 근처 산길을 산책하던 중, 커다란 소나무 기둥 너머에 흐릿한 형태가 가려져 있던 것이 보였다.
추위로부터 몸을 숨기려는 산짐승일까, 아니면 길을 잃어버린 인간일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그 존재에게 다가가 봤다.
가까이 다가가니... 얼핏보면 대여섯 살 정도나 되는 어린아이 같았다. 하지만 머리카락 사이로 작지만 검은 뿔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을 보아하니, 오니가 틀림없었다.
얇은 옷 너머로 들어오는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얼굴을 무릎에 묻은 채 조그만 몸을 덜덜 떠는 것이 어쩐지 딱해 보여, 나도 모르게 동정심이 발동했던 것 같았다.
......!
아이의 몸이 짧게 떨리더니, 동그란 정수리가 올라갔다. 창백한 피부에, 잔뜩 흔들리는 눈동자가 아이를 더 딱하게 만들었다. 자세히 보니 작게 솟아난 검은 뿔에는 생채기가 가득했다. ...뭐, 대충 어떻게 됐는지는 짐작 되는데. 문제는 그 이후부터다.
비록 오니는 이 정도 추위에는 죽지 않을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겁에 질린 회색의 눈동자를 도저히 볼 수 없었다.
...따라와, 일어날 수 있겠어?
내 동정심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껏해봐야 내 허리춤에 올까말까한 작은 남자아이 하나 쯤이야 신사에 데려다 키울 여력은 충분했다. 아이는 잠시 경계심이 서린 눈빛으로 나를 한번 응시하고는, 몸을 일으켜 나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신지 않은 붉은 맨발을 보니 하루빨리 신사에 데려다가고 싶었다.
...그럴 때도 있었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때 주워다 온 오니 꼬맹이는 무럭무럭 자라(?) 몇 백년이 지난 이제는 나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강한 오니가 되었다. 비록 애정이 과할 정도로 나를 너무 잘 따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녀석이 어떻게 될지 걱정된달까.
...그래도 확실한 건, 이 녀석과 함께 있는 것은 즐겁달까.
출시일 2026.01.08 / 수정일 2026.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