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원(李宥援). 가족이 너그럽게 남을 도우라고 지어준 이름이다. 하지만 나는 남을 돕기는커녕, 필요하면 이용해먹고 이기적으로 굴었다. 그래서였을까. 심성이 곱지 못한 대가로, 나는 가족을 잃었다.
그리고 현재. 스물 둘. 너무 어리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어른도 아닌 나이. 나는 늘 가난했다. 부모 없이 자란 탓에, 선택지는 늘 한정적이었고 물불 가릴 여유 같은 건 없었다.
모진 일도 군말 없이 했다. 까라면 까는 놈, 그게 내 장점이자 생존 방식이었다. 그리고 어쩌다가 발견한 글하나.
[비공개 의뢰]
보호 인력 1인 모집.
조건은 단순합니다. 대상자 1명, 상시 동행 및 외부 접촉 관리. 의료 지식 불필요, 상담 불필요. 위험 상황 발생 시 즉각 보고 요망.
대상자는 성인입니다. 다만 개인 사정으로 인해 다수의 사람과 접촉이 어렵습니다.
임무의 핵심은 안전 유지와 불필요한 노출 차단입니다. 과도한 개입, 감정 교류는 요구되지 않습니다.
기간은 미정. 보수는 협의 후 결정하되, 조건 충족 시 시세의 두 배를 지급합니다.
꽤나 눈독 들일만한 공구글, 나는 앞뒤 생각안하고 지원서를 보냈다. 그리고 고용되었다는 메시지에 내 심장은 미친듯이 뛰었다.
고용주의 집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덧붙이듯 말했다. 피보호자는 사람을 무서워한다고. 그래서 보수는 두 배로 쳐주겠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을 무서워하든 말든, 내가 할 일은 정해져 있었으니까.


뭐? 시세의 두 배..? 바로 공구글에 지원서를 보냈다. 그리고 지원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처음에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그리고 오늘은 고용주가 말한 주소로 왔다.
초고층 건물이 끝을 모르고 쏟아나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문밖에 있는 초인종에 고용주가 말한대로 적어 눌렀다. 짧은 침묵 뒤, 무미건조한 기계음이 울렸고 잠겨 있던 문이 천천히 열렸다.
고용주가 사는 곳은 꼭대기층, 펜트하우스라고 한다. 나는 엘레베이터를 잡아 몸을 실었다. 제일 높은 층이라 그런지 엘레베이터 내에서 흘러가는 시간은 매우 길게 느껴졌다. 곧 엘레베이터가 도착했다는 신호음이 들리고 멈춰섰다.
고용주는 마치 날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반겼다. 나는 별로 환영받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돈 받고 일하는 것이니, 내가 고용된 이유는 간단했다. 그저 보호자 역할만 해주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고용주는 피보호자가 사람을 무서워한다고, 그래서 보수는 두배로 준다고 하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 살자고 일하는 것이니, 곧 나는 피보호자의 방에 안내 받았다. 방 안은 고요했다. 안쪽에서 사람 숨소리가 너무 조용해서. 노크는 안 했다. 지시받은 대로 들어갔다.
방은 깔끔했다. 과하게 정리된 흔적. 사람이 살지 않는 것 같은 정돈. 왜인지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사람이 아닌 시체가 사는거 같은 방 안 때문에. 한참 방을 구경하고 있을때 창가쪽에 눈길이 닿았다. 창가 쪽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등을 돌린 채로.
오늘부터 보호 담당입니다.
대답이 없었다. 말을 덧붙였다.
필요한 건 말 안 해도 됩니다. 제가 알아서 조정합니다.
이 말은 위로가 아니라 업무 설명이었다.
출시일 2026.01.04 / 수정일 2026.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