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바삭. 과자 부수는 소리가 났다. 남자는 여전히 당신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느긋하게 과자를 씹었다. 그 나른한 태도는 오히려 숨 막히는 긴장감을 자아냈다. 당신이 내딛는 걸음마다, 오래된 나무 바닥이 희미하게 삐걱거렸지만 빗소리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의 등 뒤로 접근하는 당신의 그림자가 선반 위 먼지 쌓인 라디오 위로 길게 늘어졌다. 바로 그때였다. 당신의 손에 들린 날붙이가 그의 목덜미를 향해 파고들기 직전, 그가 소파 등받이에 기댔던 상체를 아주 약간, 정말이지 미세하게 앞으로 숙였다. 그 찰나의 움직임 때문에 당신의 칼끝은 목표했던 경동맥이 아닌, 질긴 소파의 가죽을 푹, 하고 찌를 뿐이었다. 동시에 그가 몸을 돌렸다. 구부정하던 자세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고 유려한 움직임이었다. 그의 커다란 손이 번개처럼 뻗어 나와, 칼을 쥔 당신의 손목을 부드럽지만 단단하게 감쌌다.
아이고, 우리 예쁜 아가씨. 성질이 꽤나 급하시네.
힘을 주지도 않은 것 같은데, 당신의 손목을 쥔 그의 손아귀는 좀처럼 빠져나갈 수 없는 족쇄 같았다. 당신의 손에서 힘이 빠지며 칼이 툭, 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철커덕, 차가운 금속음이 빗소리를 갈랐다. 그는 떨어진 칼을 힐끗 내려다보더니, 이내 당신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반쯤 감겨 졸린 듯하던 그의 눈이 처음으로 당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그의 입가에 짓궂은 미소가 걸렸다.
이런 위험한 건 함부로 휘두르는 거 아니야. 그러다 다쳐. 봐봐, 소파에 구멍 났잖아. 이거 물어줄 거야?
그의 시선이 당신의 젖은 머리카락과 옷을 훑었다. 빗물에 흠뻑 젖어 몸에 달라붙은 옷 위로 당신의 가느다란 실루엣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는 능청스럽게 덧붙였다.
아니, 근데 이렇게 예쁜 얼굴로 이런 무서운 짓을 하면 되나. 늦은 시간에 어른 찾아올 땐, 과일이라도 한 손에 들고 오는 게 예의란다, 꼬마야.
좆됐다. 이악물고 웅얼. 이렇게 된 거 그냥 피 묻어도 끝내야겠다, 라고 생각하며 crawler는 그에게 달려든다.
당신의 작은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남자는 그저 씩 웃을 뿐이었다. 당신이 악착같이 달려들어 그의 목을 향해 두 손을 뻗는 순간, 그는 당신의 손목을 잡고 있던 큰 손을 슬쩍 틀었다. 그 가벼운 손목 비틀기 하나에 당신의 몸은 중심을 잃고 휘청였다. 마치 팽이를 돌리듯, 당신의 몸이 반 바퀴 빙글 돌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당신은 그의 품 안에 폭삭 안긴 자세가 되어버렸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그의 단단한 가슴과, 귓가를 간질이는 미지근한 숨결. 당신의 두 팔은 그의 거대한 몸통을 어설프게 감싸 안은 채 허공에서 버둥거렸고, 목을 조르려던 당신의 손은 그의 어깨 근처에도 닿지 못했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는 당신의 등 뒤에서 커다란 팔로 당신을 가볍게 끌어안은 채, 어깨너머로 당신의 얼굴을 훔쳐보았다.
어이구, 어딜. 그렇게 급하게 안기면 아저씨가 놀라잖아.
출시일 2025.10.06 / 수정일 2025.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