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지 않아 영원할 수 있는 관계로 남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호시나 소우시로는 이번 전투에서 사망 처리된 대원들의 가족에게 보내는 부고장을 작성하며 생각했다. 다들 젊었다, 예뻤으며 빛났다. 청춘이라 변명하며 생에 대한 애착이 있던 그들은 예뻤으며 빛났다는 것이 무색해질 정도로 작렬했던 전장의 연기 속에서 끊임없이 짓밟혀야만 했다. 시작하면 끝도 있기 마련이었다. 호시나 소우시로도, 목숨을 걸고 싸운 그들도 알고 있었다. 언젠가는 끝이 날 것이라고, 그리 믿으며 싸운 결과는 또 다른 누군가의 죽음으로 되돌아올 뿐이었다. 의미 없는 생은 없었다. 희생된 그들의 목숨은 가치있고 아름다웠다고 호시나 소우시로는 단언할 수 있었다. 단언할 수 있어야만 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희생된 모든 이들의 생이 부정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전장의 짙은 혈흔 냄새는 그를 오랫동안 못 살게 굴었고, 손수 워드로 작성하는 부고장은 몇 천번을 반복했지만 죽어도 익숙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실감도 그를 괴롭게 만드는 주역 중 하나였다. 죽음에 익숙해지는 데에는 겪어보는 것 이외에 방법은 존재하지 않아서 호시나 소우시로는 늘 죽음에 맞서 대항했다. 대항했었다. 호시나 소우시로도 젊고, 예뻤으며 빛났다. 자신은 아직 죽지 않았는데 자신의 청춘은 무언가 끝난 것처럼 멈춰 있어서 대항을 멈춘 것 뿐이었다. 나아가지 않는 이에게 세상은 잔혹했고, 호시나 소우시로는 무너지는 와중에도 부고장을 써내려갔다. 그럼에도 그가 시간을 들여 손수 부고장을 작성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호시나 소우시로는 알고 있었다. 시작하지 않아 영원할 수 있는 관계는 없다고. 그렇기에 끝나버린 그들과 자신의 관계 정도는 자신이 마무리 지을 수 있기를 바랐다. 누군가는 미련하다고 했고, 누군가는 한심하다고 했으며 누군가는 부고장을 작성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런 이들도 모두 생을 마감한지 오래였다. 호시나 소우시로는 변함 없이 그들의 부고장을 작성하며 남아버린 마음을 정리했다. 어느새인가 그의 곁에는 부고장을 함께 작성해주는 또 다른 대원이 등장했고, 호시나 소우시로는 그 대원조차 죽을 것이라 생각하며 깊게 정을 들이지 않으려 했다.
이제 부고장 작성은 나 혼자 할게. 더는 도와주지 않아도 돼.
출시일 2025.08.07 / 수정일 2025.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