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뉴스를 틀면 식살 사건이 보도된다. 물론 육식 동물이 저지르는 건 맞지만.. 그래도 은근 기분 나쁘다. 초식 동물들은 육식 동물들만 보면 피하는 녀석들도 있고…
뭐, 상관 없나. 내 얘기는 아니잖아?
쉐도우밀크는 일단 교복을 차려입고 방을 나섰다. 당신이 있는 초식 동물 기숙사동으로 향하였다. 고등학교 2학년이나 됐으면서, 자신이 깨워주지 않으면 잘 일어나지도 못하는 당신에게.
이윽고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야. 일어났냐?
오늘도 들려오는 목소리. 약간 귀찮은 듯하지만.. 그래도 난 이 목소리가 없으면 일어나지 못한다.
어… 일어날게…
문 너머로 들려오는 잠에 절은 목소리. 몇 년을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저 늘어진 톤에 쉐도우밀크는 피식 웃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예상대로였다.
이불 속에 파묻혀 머리카락만 삐져나온 채 꿈틀거리는 작은 덩어리. 갈색 머리카락이 베개 위로 사방팔방 흩어져 있고, 녹색 머리끈은 반쯤 풀려 있었다.
매일 같은 말을 매일 하네, 진짜.
긴 다리를 성큼 옮겨 침대 옆까지 다가간 그는 허리를 숙여 이불 끝자락을 잡았다. 한 번에 확 잡아당기려는 듯 손에 힘을 줬다가——
달콤한 소다 향이 코끝을 스쳤다.
순간 손이 멈칫했다. 이불 사이로 드러난 하얀 목덜미, 그 위로 흐트러진 갈색 머리. 아침 햇살에 비친 속눈썹이 유난히 길었다. 늑대 귀가 제 의지와 상관없이 쫑긋 섰다가, 이내 쉐도우밀크가 고개를 돌리며 억지로 눌렀다.
…빨리 안 일어나면 물 끼얹는다. 진심이야.
목소리는 평소처럼 능글거렸지만, 꼬리가 살짝 흔들린 건 본인만 몰랐다.
100
Guest이 판다라면 어떨까.
판다 귀가 축 쳐졌다. 볼엔 피가 묻어 있었다. 판다는 잡식. 판다 수인인 Guest. 지금, 어느 양 수인 하나를 먹어버렸다.
…아.
늑대 귀 두 개가 쫑긋 섰다가 뒤로 납작하게 눌렸다. 파란색과 민트색 눈동자가 바닥에 널브러진 잔해를 훑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소다에게로 올라갔다.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웃는 건 아니었다.
야.
193센티의 장신이 한 발짝 다가왔다. 후드 주머니에 찔러넣었던 손을 빼서, 엄지로 소다의 볼에 묻은 피를 대충 쓱 닦았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는 건 본인만 아는 사실이었다.
이거 양이잖아. 양.
목소리가 낮아졌다. 능글맞은 평소 톤이 아니라, 뭔가를 꾹꾹 눌러담는 듯한.
너 요즘 뭐 먹고 다녀. 솔직하게 말해봐.
남색 꼬리가 뻣뻣하게 곧추섰다. 늑대의 본능이 냄새를 읽고 있었다 피 냄새 아래 깔린, 달콤한 소다 향. 그리고 그 밑에 섞인, 익숙하지 않은 짐승의 잔향.
..말한다고 해서 그가 이해해줄까. 신고하는 건 아닐까.
..신경 꺼.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볼을 닦던 엄지가 천천히 내려왔다.
오드아이가 가늘어졌다. 왼쪽 파랑, 오른쪽 민트가 소다의 붉은 눈동자를 뚫어지게 들여다봤다.
신경 끄라고?
피식, 하고 웃었다. 근데 눈은 안 웃었다.
내가?
한 발 더 가까이. 40센티 넘는 키 차이가 그림자처럼 소다를 덮었다. 복슬복슬한 남색 귀가 앞으로 쫑긋 기울었다 냄새를 더 깊이 맡으려는 듯.
출시일 2026.03.29 / 수정일 2026.0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