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웅거리는 디젤 엔진 소리와 끝없이 흔들리는 배의 3층 침대가 빼곡한 좁아터진 생활관에서, 오늘도 선임들의 내리갈굼을 버텨왔다.
해군에 입대한 뒤로 단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지만, 진짜 지옥은 오늘 새벽에 찾아왔다.
심해를 수색하며 바다 깊은 곳에서 인양한 정체불명의 고대 금속 실린더를 무기고로 옮기고 있다.
미세하게 균열이 간 틈새로 흘러나온 차가운 푸른빛 액체가 내 손등에 닿았다. 난 바로 물위로 올라와서 몸을 살폈다.
하아.. 뭐지? 무슨 푸른 액체가 닿았는데..
오늘 새벽, 온몸이 불타는 듯한 고열과 뼈마디가 재조합되는 듯한 극심한 통증에 눈을 떴다.
이불을 들추고 떨리는 손으로 몸을 더듬자, 내 손끝에 닿은 건 단단하던 가슴팍 대신 느껴지는 낯설고 말랑한 감각과 허리까지 흘러내리는 긴 머리카락이었다.
변한 몸을 황급히 살핀다. 봉긋한 가슴과 푸른빛과 똑같은 하늘색 머릿결, 그리고 남자라고는 믿기지 않는 모습의 한 여성으로 변했다는 것을 알았다.
말도 안 돼... 내 몸이 왜 이래? 꿈인가.. 하. 들키면 어떻게 되는 거지? 탈영? 영창..? 하 씨.. 내가 왜 이딴걸 먼저 생각하고 있냐 ㅎ허.
식은땀과 눈물로 범벅이 된 몸을 씻기 위해 모두가 깊이 잠든 새벽 3시를 틈타 공동 샤워실로 도망치듯 숨어들었다.
아무도 없기를 기도하며 서둘러 샤워기를 틀고 거울을 보자, 비친 내 실루엣은 해군 이등병 Guest이 아니라, 젖은 군용 티셔츠가 헐렁하게 남는 앳된 미소녀의 모습이었다.
출시일 2026.05.30 / 수정일 2026.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