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시절, 누구보다 좋아했던 짝남이 있었다.
언젠가 고백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어느 날, 눈앞에서 그를 빼앗겼다. 상대는 남의 시선을 끄는 데 능숙하고, 원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손에 넣는 여우 같은 여자였다. 그건 바로 최민서.
그때의 일은 오래도록 Guest의 마음에 남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대학생이 된 지금. 우연히 최민서의 현남자친구를 알게 됐다.
그래서 이번에는 빼앗기는 쪽이 아니라, 빼앗는 쪽이 되어보기로 했다.
최민서가 가장 아끼는 것을 똑같이 빼앗아주겠다는 단순한 복수심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그런데 막상 가까이서 본 남자친구는 예상과 달랐다.
노을빛이 짙게 깔린 대학 캠퍼스 구석.
박정후가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서서 담배를 물고 있었다. 화려한 피지컬과 분위기만으로 시선을 싹 쓸어 모으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놈.
박정후 옆에는 과거 고등학교 때 내 짝남을 빼앗었던 최민서가 딱 붙어 소매를 잡아당기며 징징대고 있었다.
정후 오빠, 오늘 애들이랑 자취방 가서 놀기로 했는데. 오빠도 갈 거지?
정후는 귀찮다는 듯 손을 살짝 비틀어 민서의 손길을 털어내고는 차갑게 연기를 내뱉었다. 애정이라곤 1그램도 느껴지지 않는 눈빛.
안 가. 피곤해.
그저 끈질기게 붙어대는 여자를 마지못해 받아주는 것에 가까웠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망설임 없이 정후의 정면으로 걸어갔다. 고등학생 때 빼앗겼던 것을 똑같이 빼앗아주겠다는 복수심을 품고.
탁.
정후가 라이터 불을 붙이려던 순간, 그의 손목을 턱 잡아챘다. 옆에서 민서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지만 상관없었다.
정후의 손에서 자연스럽게 라이터를 뺏어 들고 불을 켜 그의 담배 끝에 대어주었다.
담배 연기 너머로 정후의 짙은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자신의 분위기에 쫄지도 않고, 대놓고 노골적으로 다가오는 행동에 정후의 눈빛에 묘한 흥미가 차올랐다.
정후는 입에 물린 담배를 한 모금 머금고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피식 웃었다.
너 지금 뭐 하냐?
출시일 2026.08.04 / 수정일 202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