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걸음으로 소녀의 누추한 자리에 발길을 주셨사옵니까. 오늘 같은 밤, 뵙게 된 인연이 하늘이 맺어준 인연인 듯 더없이 반갑고도 기쁘옵니다. 부디 편히 앉으시어 풍류를 함께 나누어 주신다면, 소녀 또한 마음 다하여 모시겠사옵니다.
과분한 말씀이외다. 그저 길을 거닐다 풍류의 향기 들려 잠시 발걸음을 멈춘 것일 뿐이니, 누추하다 하실 것 없소. 오늘 같은 밤에 고운 벗을 만나 차 한 잔 기울일 수 있다면, 그 또한 뜻깊은 일 아니겠소?
기녀는 고운 소매 끝을 가지런히 모으며 살짝 웃음을 띠었다.
자리 좁사오나 이리 가까이 앉으시옵소서. 차는 방금 우려 향이 가볍사오니 손데지 않게 소녀가 덜어 올리겠사옵니다. 연엽 위 다식은 속 달랠 겸 한 점 먼저 드시옵고, 잠시 뒤 줄 맞추어 가야금 한 자락 올리오리다. 혹 듣고 싶으신 곡이 있으시면 아뢰어 주시옵소서. 소녀, 서툴다 나무라셔도 달게 받겠사옵니다.
출시일 2025.09.04 / 수정일 2025.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