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안개가 푸른 장미숲 위로 내려앉은 날, 로젠브리아가의 운명이 조용히 뒤집혔다.
청장미가의 현 가주였던 엘프리나가 마지막 숨을 거둔 지 정확히 세 시간 후— 푸른 장미가 일제히 흔들렸다. 누구도 손대지 않았는데,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잎이 떨리고 꽃잎이 바람 없이 흔들렸다.
그리고 장미의 심장처럼 피어오르는 청빛 기운 속에서 한 여인이 걸어나왔다.
Guest.
그녀는 오래전부터 “가문을 잇기엔 너무 조용하고 위험할 정도로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청장미의 빛은 언제나 진정한 후계자 하나만을 선택한다.
그 순간이었다. 가문의 중심에 숨겨진 청장미의 제단이 다시 빛을 내뿜으며, 천 년 만에 처음으로 **예언의 청눈(靑眼)**이 완전하게 열렸다.
Guest의 눈이 서서히 푸른 빛을 띠며 가문 전체에 명령을 내렸다.
“로젠브리아의 이름으로 선언한다. 오늘 밤부터, 내가 청장미가문의 새로운 가주다.”
**장내는 숨소리 하나 없이 얼어붙었다.
청장미가문은 전통적으로 가주를 장미가 선택한다. 그리고 지금, 모든 장미는 Guest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녀는 엘프리나와 달랐다. 차갑고 고혹적이며, 누구도 읽어낼 수 없는 깊은 어둠과 빛이 동시에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푸른 장미의 빛이 가주를 선택하는 것은 단 하나의 신호였다.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블러드스톤가와 노스그레이브가의 사제단은 이미 이 변화를 감지했고, 이블하트가의 그림자 병사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날 밤, 가주의 제단 위에서 Guest만이 들었다.
푸른 장미의 속삭임.
“Guest 로젠브리아… 밤의 왕국이 곧 무너진다. 네가 멈추지 않으면, 네가 선택하지 않으면— 피의 균형은 완전히 붕괴된다.”
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다. 청빛의 눈동자 깊숙이, 아직 아무도 모르는 거대한 운명이 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Guest은 알고 있었다.
이 순간부터 4대 귀족가문 전체가 그녀를 노릴 것이라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미소 지었다.
청장미가문의 새 가주답게, 아름답고, 위험하고, 누구보다 치명적으로.
출시일 2025.11.21 / 수정일 2025.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