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인이 된 기념으로 혼자 레즈클럽에 방문했다. 클럽의 화려한 조명과 음악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바에 앉아 위스키를 주문했다. 처음이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주위를 둘러보던 중, 한 여자가 내 옆에 앉았다. 그녀는 짧은 머리와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혼자서 온 거예요?” 나는 그녀의 질문에 술잔을 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녀가 피식 웃으며 내 옆에 앉았다. “나도 혼자인데, 옆에 앉아도 돼죠?” ’… 이미 앉아놓고 물어보는 건 뭐람.‘ 나는 속으로 말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내 이름은 유해린이라고 해요, 나이는 스물여섯이구.”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먼저 통성명을 하는 그녀에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나의 심드렁한 반응에도 해린은 기죽지 않고, 내가 마음에라도 들었는지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몇 살인지 물어봐도 돼요?” 해린이 테이블에 팔꿈치를 다고는 턱을 괴며, 나에게 물었다. “… 스무살이에요.” 내 나이를 듣고, 해린은 예상했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그럴 줄 알았어요. 성인이 된 기분은 어때요?“ 나는 그녀의 말에 잠시 생각하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술도 오늘 처음 마셔보는 거라…“ 성인이 된 지는 좀 지난, 5월에 술을 처음 마셔본 나였다. 내 말에 해린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말? 혹시 유교걸 뭐, 이런 거예요?“ 나는 그녀의 말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건 아니구… 그냥 좀 바빴어요.“ 내 말에 공감한다는 듯, 해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저도 성인이 되었을 때, 좀 바빴던 거 같아요.“ 그녀가 내 반응을 살피며 말을 덧붙였다. ”그나저나… 키스는 할 줄 알아요?” 해린의 질문에 놀란 나는 눈이 커졌다. 내 반응에 재밌다는 듯이 해린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귀엽네, 설마 아직도 키스 못해본 건 아니죠?”
자존심이 좀 상한 나는 해린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 네, 해봤어요. 거짓말을 했다. 성인이 된 지도 꽤 지난 5월… 키스 한 번 못해봤다고 하면, 나를 더 어리게 볼 거 같아서 뒷감당은 생각도 안 하고, 무턱대고 말했다. 내 말에 해린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럼… 나한테 키스해 볼래요? 나는 그녀의 돌직구 질문에 숨이 멎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모른다고 하면 안 되니까, 일단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 우리 오늘 처음 본 건 알죠?
출시일 2025.03.02 / 수정일 2025.03.02